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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속절없는 광고주 이탈에 '파격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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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속절없는 광고주 이탈에 '파격 카드' 꺼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광고주들이 이탈하고 있는 사태를 묘사한 이미지. 사진=테크크런치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광고주들이 이탈하고 있는 사태를 묘사한 이미지. 사진=테크크런치
일론 머스크의 인수를 계기로 트위터의 주요 광고주들이 트위터에 대한 광고를 끊거나 줄이면서 트위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최대 광고주로 알려진 애플에 대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퇴출시키려 한다면서 오히려 선전포고를 하는 등 광고주 이탈 사태에 괘념치 않는 행보를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선전포고 직후인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미국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에서 만나 대화를 가진 끝에 “내가 오해했던 것 같다”며 양측의 갈등이 일단 봉합된 것처럼 밝혔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이리저리 얽혀 있는 상황에서 단 한 차례 회동으로 모든 게 해결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는 것.

오히려 머스크와 쿡의 전격 회동을 계기로 모종의 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대 광고주에 속하는 애플에 대해 머스크가 매력적인 제안을 하고 애플이 이를 수용하면서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쿡 CEO와 회동하기 전 “애플이 트위터 광고 집행을 대부분 중단했다”면서 “애플은 (트위터가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미국에서 보장되는 것이 싫은가”라며 맹폭격했던 머스크가 쿡을 만나고 나자마자 “오해가 풀렸다”고 밝힌 것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

둘 사이에 오간 대화는 알 수 없으나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주목된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트위터 광고주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파격적인 내용의 인센티브를 광고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머스크 “최대 100만 달러까지 광고비 100% 보상해 주겠다” 파격 제안
WSJ에 따르면 머스크가 광고주들에게 제안한 내용의 핵심은 트위터 광고에 최소 50만 달러(약 6억5000만원)를 집행하는 기업에 대해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원)까지 ‘매칭 펀드’ 방식으로 광고주가 지출한 광고비만큼 보상해 주겠다는 것.

50만 달러 이상인 경우 100% 매칭을 하고 그 이하인 경우에는 금액에 따라 줄어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보상책은 올해 안에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에 적용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보도했다.

WSJ는 트위터가 트위터 광고주들을 대행하는 광고대행사들에 최근 보낸 이메일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전체 매출의 90%를 책임지고 있는 광고주들이 대거 이탈하는 움직임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제동을 걸기 위해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광고대행사들에 보냈다는 트위터 임원은 “광고 업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가장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광고주들에게


그러나 머스크가 내민 이 카드에 트위터에서 떠나려는 광고주들이 발길을 되돌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은 구체적인 제품 광고보다는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는 성격의 광고를 주로 내기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각종 혐오 글이나 가짜뉴스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 같은 콘텐츠와 나란히 기업 이미지 광고를 게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트위터 이탈의 가장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진작부터 예고했던 트위터 사용자 계정 인증 서비스 유료화 계획과 관련해 머스크가 이의 도입 시점을 늦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광고주들이 이 계획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트위터 계정 인증 서비스는 자신의 계정임을 증빙하는 자료를 검토한 뒤 인증해주는 방식이었으나 머스크의 계획은 매월 8달러만 내면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자체 판단으로 인증해 주겠다는 것이어서 나쁜 의도를 가진 트위터 사용자들이 유명 기업이나 유명인을 가장한 가짜 트위터 계정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유명인과 공공기관 등에 무료로 제공하던 파란색 계정 인증 마크를 월 사용료를 받고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게 머스크의 입장이었고 출시 계획까지 이미 밝혔지만, 광고주들의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출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