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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어제는 협박, 오늘은 대화’…머스크의 트위터 광고주 인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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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어제는 협박, 오늘은 대화’…머스크의 트위터 광고주 인식 논란

트위터 광고주 “기업 이미지 상할라” vs 머스크 “일단 지켜봐 달라”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의 합성 이미지. 사진=테크크런치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의 합성 이미지. 사진=테크크런치

일론 머스크의 개인회사가 된 트위터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광고주를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이 머스크의 발등에 떨어진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머스크 새 총수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하자마자 가짜 계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인증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해 매출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트위터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기준 트위터의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할 정도. 머스크 스스로도 매출 감소를 현재 전 세계 사업장에서 진행 중인 대대적인 정리해고의 이유로 꼽았다.

매출 감소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광고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의 공개서한까지 보냈으나 광고주들이 이에 화답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공개서한으로는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머스크가 9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광고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아디다스, 닛산자동차 등 트위터에 광고를 집행해온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트위터 사용자 10만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진행한 것.

그러나 머스크의 이 같은 노력에 광고주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비관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머스크 “떠나면 소용없으니 남아있으면서 지켜봐 달라” 광고주들에 호소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9일(현지시간) 트위터 광고주들을 겨냥해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9일(현지시간) 트위터 광고주들을 겨냥해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머스크 트위터 총수는 “트위터가 인류 문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세력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며 광고주들이 트위터를 떠나지 말 것을 호소했다.

그는 “내가 진행 중인 트위터 개혁으로 트위터 이용자가 늘어나고 광고 효과가 증가할지 여부는 광고를 끊으면 알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위터의 주인이 바뀌어 당장 불안하다고 해서 성급히 트위터를 등지기보다는 계속 광고주로 남으면서 자신의 트위터 혁신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광고주들 입장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 셈이다. 광고를 계속 집행하면서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지켜본 뒤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는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같은 맥락으로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앞으로 수개월간 트위터에서는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트위터 개혁안 가운데 효과가 있는 것은 살리고 효과가 없는 것은 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을 빚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임을 예고하면서도 모든 것이 실제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므로 안심하라는 취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와 광고주의 커다란 입장 차이


트위터 광고주에 대한 사실상의 협박성 글로 비판받은 일론 머스크의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윗. 사진=트위터
트위터 광고주에 대한 사실상의 협박성 글로 비판받은 일론 머스크의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윗. 사진=트위터


그러나 머스크발 리스크 자체를 떠안으면서 굳이 광고를 집행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게 광고주들의 입장이다.

공정하게 좌우에 치우치지 않은 여론이 소통하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트위터를 혁신하려는 게 자신의 의도라는 머스크의 입장과 머스크식의 트위터 개혁 자체가 광고를 집행하기 어렵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광고주들의 입장 사이에 좁히기 어려운 커다란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 자신도 광고주가 뭘 염려하는지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혐오 게시물 바로 옆에 광고가 실리기를 바라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다만 그는 혐오 글이나 가짜뉴스를 비롯한 극단적인 콘텐츠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머스크의 이 같은 약속을 얼마나 많은 광고주들이 신뢰하느냐는 것.

최근의 예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부부가 자택에서 극우분자로 보이는 인물에게 테러를 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머스크가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극우매체의 기사를 근거로 제시해 논란을 빚은 것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공정한 공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의심케 하고 있다.

여기에다 머스크 스스로 광고주들을 겨냥해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것도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는 GM 등 일부 대형 광고주들이 트위터와 계약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 5일 올린 트윗에서 “일부 사회단체들이 광고주들에게 트위터 광고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나의 계획을 방해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트위터 광고를 중단한 기업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광고주를 사실상 협박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머스크가 이해하지 못하는 트위터 광고의 성격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에 실리는 기업 광고가 대부분 구체적인 제품을 홍보해 직접적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성격의 광고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브랜드 광고’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트위터에서 집행된 기업 광고의 성격을 보면 기업 이미지 광고가 85%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면, 판촉을 위한 이른바 ‘직접반응 광고’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극단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를 내고 싶은 기업이 없는 것처럼 브랜드 광고의 성격상 혐오 글을 비롯해 극단적인 소셜미디어 콘텐츠 옆에다 광고를 붙이고 싶은 기업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굳이 논란을 빚고 있는 트위터에 광고를 실을 필요성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