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유(디젤)는 대기오염, 정확히는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이다.
경유는 연료의 특성상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로 움직이는 차량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미세먼지가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는 벤조피렌이란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친환경차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경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이 퇴출 위기에 놓인 이유다.
그러나 퇴출 국면에 진입한 경유 기반 운송수단을 되살릴 수 있는 돌파구가 열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유와 수소를 섞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연료가 사상 처음으로 호주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대표주자로 한 친환경 교통수단의 보급 확대가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경유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의 생명이 적어도 단기적으로 연장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디젤과 수소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
7일(현지시간) 미국 IT매체 아즈테크니카에 따르면 경유와 수소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주역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학으로 지난 9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석유, 가스 등과 같은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물과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얻기 때문에 완전한 형태의 청정에너지는 아니지만 연료전지로 사용될 경우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저탄소 배출 에너지로 분류된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등이 수소전기차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즈테크니카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이 18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엔진은 기존의 디젤 엔진에 10%는 디젤을, 나머지 90%는 수소를 이용해 작동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수소‧디젤 직분사 이중연료 엔진’ 시스템으로 불린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주역은 이 대학 기계공학부의 숀 쿡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 쿡 교수는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수소를 주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 수소 주입 시스템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의 디젤 엔진 대비 85.9%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소 주입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수소를 그냥 디젤 엔진에 넣고 섞으면 대기오염과 산성비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에서는 디젤 엔진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화물차뿐 아니라 농업, 광업 등 다양한 분야서 활용 가능성

쿡 교수에 따르면 이 디젤-수소 이중연료 엔진은 일반 트럭에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디젤 엔진뿐 아니라 운송, 농업, 광업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력 장비에도 수소와 디젤을 같이 사용하는 이중연료 엔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즉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에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즈테크니카는 “이미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하이브리드 엔진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개인이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가 충분히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 높은 출력이 요구되는 장거리 수송용 화물차와 농업, 광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력 발전 장비에는 전기 동력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수소‧디젤 엔진의 개발은 산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근한 예로 장거리를 운행하는 디젤 열차를 수소 열차로 개조하는 방안이 실제로 프랑스에서 현실화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프랑스 알스톰사가 제작한 수소열차 ‘코라디아 아이린트(Coradia iLint)’가 지난 8월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운행을 시작한 데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수소열차 상업운행을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이 열차는 처음부터 수소열차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디젤열차에 수소연료를 쓸 수 있도록 개조한 형태로 이 열차에 새로 탑재된 수소탱크를 꽉 채우면 한 번에 1000km를 운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수소열차는 그동안 썼던 디젤 엔진을 수소로 대체하는 만큼 기존의 디젤 열차를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으로 업그레이드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러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한계점도 떠안고 있다. 보급 확대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
디젤과 수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이 같은 경우에도 적용된다면, 전적으로 수소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프라 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는 데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