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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난주 美 연준보다 2배 많게 은행에 대출해준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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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난주 美 연준보다 2배 많게 은행에 대출해준 기관

398조원 긴급 유동성 공급
SVB·시그니처·실버게이트 은행 등 파산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파산과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위기를 계기로 연방주택대부은행(FHLB)이 지난주에만 모두 3040억 달러(약 397조7840억 원)를 미국 은행들에 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할인창구(discount window)와 지난 12일 신설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통해 긴급 지원한 자금 규모인 1650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특히 FHLB는 지난 13일 하루 동안에 무려 1120억 달러를 상업 은행 등에 대출했고, 그다음 날에도 870억 달러를 대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는 긴급 대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라이언 도너번 FHLB 최고경영자(CEO)는 “회원 은행들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안정적인 대출 재원을 마련하려고 했고, FHLB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밝혔다.
FHLB다른 은행과 대출 기관에 자금을 제공하는 미국 전역의 11개 지역 은행 컨소시엄이다. FHLB는 주택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대공황 당시인 1932년 설립됐고, 1조 1000억 달러(약 1358조 5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FHLB 시스템의 11개 은행은 50개 주와 미국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의 7300개 이상 금융 기관이 소유하고 있다. FHLB는 은행이 기댈 수 있는 ‘최후 직전의 대출 기관’(lender of next-to-last resort)으로 불리고, 연준의 할인창구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

FHLB는 애초 중소 규모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금융 지원을 위해 설립됐으나 현재는 웰스 파고, 씨티그룹 등 월가의 대형 기관이 단기 대출 자금을 마련할 때도 주로 이를 이용한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미국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들이 대거 FHLB 대출 창구로 몰려간 것은 그만큼 미국의 금융 혼란이 심각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FHLB가 유동성 지원을 한 미국의 은행들이 연쇄 파산함으로써 이 기관의 대출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FHLB는 최근 파산한 두 개의 가장 큰 암호화폐 은행인 시그니처은행과 실버게이트(Silvergate)은행에 수십억 달러를 대출해주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FHLB는 지난해 4분기에만 시그니처은행에 거의 100억 달러(약 12조 3500억 원)를 대출했다. 실버게이트 은행최소 36억 달러(약 4조3225억 원)를 대출받았다.

FHLB는 특히 최근에 가장 많은 대출금을 SVB에 제공했다. SVB는 지난해 4분기에 모두 150억 달러를 대출받았고, 이는 이 은행 주택 담보 대출의 17%애 달하는 금액이다. FHLB가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은 지난해 말 현재 823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기관의 감독관청인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FHLB가 최후의 대출 기관 역할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