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앞으로 두 차례 금리를 올린 뒤에는 글로벌 금융 혼란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 은행 파산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유동성 위기가 금융권의 제한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 월가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SVB 파산이 한 마리 바퀴벌레의 출현을 알리는 것이라면 연준은 인플레이션보다 금융 위기 해소 쪽으로 정책을 전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곧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SVB 파산이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위기가 특정 은행에 제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면 연준이 피벗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낙뢰가 한 곳에 두 번 떨어지지 않듯이 미국 은행 파산 사태가 확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노동 시장이 여전히 뜨겁고,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면서 “만약 최근 드러난 신용 경색 사태가 본질적으로 악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추가로 0.25% 포인트씩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전직 연준 관리들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금융 불안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기준 금리를 3.0%에서 3.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충격에도 불구 석 달째 '빅스텝'을 유지했다. ECB는기준 금리를 3.5%로, 수신금리와 한계 대출금리 역시 각각 3.0%와 3.75%로 0.5%P씩 올렸다.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긴축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빅 스텝’을 취한 ECB와 달리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으로 월가가 예상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3월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만 2000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주 만에 다시 20만 건 밑으로 내려갔고,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노동 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임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수가 없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