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롱 대통령이 ‘양안 관계 등거리 발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다음 주 프랑스 의회 사절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의 위기를 가속하는 건 유럽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더 나쁜 건 유럽이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추종자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말 폭탄의 충격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프랑스 의원들은 대만 유력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겉과 속이 다르다. 프랑스 의회는 2009년 11월에 대만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특히 일행 가운데 보토렐 의원은 대만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아 온 정치인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 국가들에게 G2 가운데 하나와 절연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중 양국 간 무역액은 7556억 달러(약 997조 3000억 원)에 이르렀다. 한국의 대 중국 무역액은 급락했지만 미중 사이 주고받은 상품의 가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성장과 그에 따른 우려는 피하고 싶지만 중국의 돈은 여전히 탐난다. 중국을 바라보는 나머지 국가들의 솔직한 속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속사정을 파헤쳐 그들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과 더 넓은 무역과 투자 흐름을 유지하는 한편 특정 분야에서의 유대를 제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과의 돈벌이는 언제든 환영하지만 중국의 몸집이 더 커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중 태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또 다른 지정학적 라이벌이자 모스크바의 가까운 파트너인 중국에 대한 서방 강대국들의 전략을 바꾸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전쟁 중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을 억제하여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불안정하게 유도했다.
서방의 고위 경제 관리들에 따르면 선진 7개국은 많은 상품과 재료의 지배적인 공급국인 중국이 분쟁이나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주요 수출품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서방의 투자와 전문성을 제한 없이 방치할 경우 베이징의 군사력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미 재무부 부장관 월리 아데모는 "우리 모두는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교훈을 배웠다. 미국과 동맹은 이제 전선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G7 관계자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실시함과 동시에 세계 경제 성장을 유지해 나가는 조치도 함께 취하고 있다.
영국의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지난 주 워싱턴에서 한 인터뷰에서 "자칫 세계를 보호주의로 되돌리게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전략적 선택은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 동맹국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의 경고
G7 관리들은 지난 주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반년마다 열리는 회의와는 별도로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에 합의했다. 이 조치는 적대적인 경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도구를 개발하겠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최근 약속에 따른 것이다.
IMF는 지난 주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경제를 경쟁적인 지정학적 블록으로 분할하는 것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자간 금융 기구는 그러한 분열은 세계 무역과 성장을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우리가 물자의 안전을 강화하면서 제 2의 냉전으로 빠져 들지 않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출신인 그녀는 또 "나는 냉전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것은 재능과 세상에 대한 기여의 상실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중 바이든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중국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방향 전환을 가장 시급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 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이 무역을 위해 동맹국들에 더 가까이 의존함에 있어서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 국가와의 공급망 구축)’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IMF의 예상이 과장되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원의 보다 효율적인 할당을 포함한 개방형 무역의 이점은 ’프렌드쇼어링’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프렌드쇼어링이 무역의 이익을 잃게 하고 엄청난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옐런 장관은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목표와 폭넓게 일치해온 일부 동맹국들조차 중국과의 관계를 축소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유럽 관리들은 청정 에너지 기술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요건이 자국 회사들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관리들은 구매자 클럽을 통해 중요한 광물을 조달하는 것에 협력하기 위해 일련의 무역 거래를 체결함으로써 이러한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보조금 전쟁을 막기 위해 유럽 연합과 청정 에너지 인센티브에 대한 포럼을 시작했다.
마크롱의 도발
미국과 중국이 가장 첨예하고 맞서고 있는 지역은 대만이다. 군사적 충돌 우려와 함께 대만의 상징인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를 둘러싼 양국의 샅바 싸움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 일각에선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TSMC를 폭파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을 고스란히 중국 손에 넘겨 줄 바엔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주장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정통한 인사들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만드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목표로 하여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를 저울질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규칙은 양자 컴퓨팅과 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 투자를 금지하는 반면, 기업들은 덜 발전된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공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물론 이런 일은 용이하지 않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AI의 형태와 민간 기술에서 널리 사용되는 다른 형태의 AI 사이에 선을 긋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구분은 흑과 백처럼 선명하지 않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을 지지하는 G7의 나머지 국가들을 규합하기 바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 데어 레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달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자본과 지식이 전략적 경쟁자들의 군대를 부채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무역과 관련해 일부 서방 관리들은 중국이 이미 적대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중국은 호주에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조사 요청과 대만이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외교 전초기지를 열 수 있도록 허용한 리투아니아에 대해 비공식적인 무역 금수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태양광 핵심 제조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기구와 회원국 정부, 의회는 지난달 경제적 강요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대한 협의와 보복을 위한 단계를 제시하는 ‘경제적 강제 수단’ 초안에 합의했다. 이 주제는 다음 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의회 경제 협력 개발 담당 국무장관인 닐스 아넨은 침공 전에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유럽의 의존을 언급하며 "우리는 다른 큰 나라들과 함께 러시아와 관련하여 과거에 우리가 저지른 실수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디커플링의 정책이나 전략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유럽은 중국 견제에 동참하되 챙길 것은 모두 챙기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