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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자연재해로부터 송전탑 안전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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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자연재해로부터 송전탑 안전을 지켜라"

전세계 나라들 폭풍·산불 등으로 송전시설 피해 속출

각종 재해로부터 송전탑 안전을 위해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각종 재해로부터 송전탑 안전을 위해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설들이 파괴되거나 고장나는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미국, 호주,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산불과 송전시설의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전력선이 무너지거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가정과 기업에 전기가 차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정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영국의 송전탑 안전 문제


영국 기상청은 2021년 11월 말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과 잉글랜드 북부를 강타한 폭풍을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피해를 준 겨울 폭풍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이 폭풍은 '아르웬'(Arwen)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에너지 인프라에 큰 피해를 입혔다.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 상태에 빠졌고, 일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2022년 2월에는 '더들리'(Dudley), '유니스'(Eunice), '프랭클린'(Franklin)이라는 이름의 폭풍이 차례로 영국을 덮쳐 에너지 공급 장치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폭풍 '유니스' 때문에 영국 남동부 지역의 수처리 시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5일 동안 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은 지난해 역사상 가장 강렬한 폭염을 겪었다. 40℃에 달하는 고온은 전력망을 고장 날 수 있는 수준까지 몰아붙였다. 기상학자와 기후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극단적인 날씨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송전시설에 특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한국의 송전시설과 재해에 따른 피해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송전설비 현황은 다음과 같다. 전선의 총 연장은 3492만3287㎞이고, 지지물은 4만2647기이다. 경기도에 송전설비가 가장 많으며, 가장 대형인 765㎸ 송전탑은 강원도에 밀집되어 있다. 한국도 송전탑에서 화재나 풍수해로 인해 넘어지거나 작동이 멈추는 사고가 잦았다.

2023년 3월 15일에는 강원 영월군에서 송전탑 공사를 위해 전선을 운반하던 민간 헬기가 송전선로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9월에는 경남 창원시에서 송전탑에 번개가 치면서 화재가 났으며, 2019년 8월에는 강원 평창군에서 송전탑이 넘어져 전력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러한 사고들은 소방 당국과 한전의 신속한 대응으로 인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송전탑은 우리의 전기 생활에 필수적인 설비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요소도 가지고 있다.

◇ 전원 공급 장치 문제


손상의 가장 흔한 원인은 전기가 발전소에서 가정과 기업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더운 날씨에는 전력선이 과열되거나 폭풍이 치는 동안 날아가 나무에 부딪혀 전기 공급에 차질을 초래한다. 전력선에서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압을 낮추는 변전소도 폭우나 폭풍 해일로 인해 침수될 수 있다. 홍수는 변전소의 용량을 줄이거나 완전히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영국 랭커스터의 10만 명은 홍수로 인해 도시의 주요 변전소가 파손되어 전력공급이 중단되었다. 너무 많은 전력선이나 변전소가 고장나면 에너지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네트워크 운영자가 수리를 하거나 악천후가 지나갈 때까지 정전 상태가 계속된다. 다시 연결하는 데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극한 기온은 사람들이 집이나 직장을 냉난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여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이 된다. 열대야가 계속되면 과부하로 인해 에너지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 전원 공급 장치에 대한 위협


기후 온난화로 인해 미래에 자연재해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한 강우가 1℃ 증가할 때마다 약 7% 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구에 따르면 동시에 일어나는 폭풍과 홍수는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보다 3배나 더 큰 피해를 낳는다.

기후 변화로 폭염과 산불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2022년 여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나타났다. 한국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5월부터 6월까지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6월에만 5일 이상의 폭염일수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6월 3일에 32.6°C를 측정하여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으며, 대구에서는 6월 22일에 37.1°C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열대야와 초열대야도 발생하여 사람들의 불편과 고통이 커졌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농업과 축산 분야에서는 작물과 가축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질병이 발생하는 등 손실이 컸다. 인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온 스트레스와 탈수증상으로 인한 불쾌감과 질병 위험이 증가했으며, 일부 경우에는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여 전력난이 우려되기도 했다. 기후 변화로 한국의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고 있다. 남쪽으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오래 머무르고 수증기의 양도 많아져 한반도 상공에 큰 ‘물주머니’가 만들어진다. 이 ‘물주머니’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있다.

2017년 브라질과 칠레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산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송전선의 전력 전송 능력이 70%나 감소했다. 2022년 3월 4일부터 13일까지 경상북도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에서 울진-삼척 산불이 일어났다. 이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산불로, 약 2만923ha의 산림이 불타고 주택 116채를 포함한 건물 158동이 파괴되었다. 대피한 주민은 약 7355명에 이르렀다.

앞으로 산불의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가 2℃가 되면 산불 위험은 두 배로 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전기의 생산은 주로 동해안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송전 시설을 통해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와 서울로 전달한다. 경기도와 강원 산간 지역에 송전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이 지역에 산불,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면 송전 시스템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부분인 탄소 제로 정책도 전력 시스템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전기 자동차나 히트 펌프와 같은 저탄소 기술의 사용이 증가하면 전기 수요가 증가한다.

2030년까지 한국의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MBC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1만330KWh로 세계에서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가정용 전기도 한 가구당 평균 5600KWh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높은 전력 수요는 전력 시스템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킨다.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정전의 파급 효과도 커진다. 정전이 되면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집을 난방하거나 차량을 충전할 수 없다.

◇ 위협 감소를 위한 대책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은 극한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인프라를 극한 날씨에 견딜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바람 피해에 취약한 동해안 해안 지역에는 지하 배전선을 설치하면 폭풍으로 인한 정전을 거의 없앨 수 있다.

또한 홍수가 잦은 지역에는 변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홍수 방어 시설을 더 강화해야 한다. 배전망 운영자와 대중은 극한 상황과 에너지 시스템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경보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정전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송전탑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기관들은 매년 합동 모의 훈련과 실전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안부 안전정책실은 송전탑의 안전기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불합리한 기준을 개선하며, 송전탑 근처에서 안전신문고를 운영하는 등 송전탑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는 화재나 풍수해 등의 재난으로 인한 송전탑의 피해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송전선로의 안전관리를 위해 산림 헬기의 안전비행을 강화하고 있다. 송전선로 부근에서 산림 헬기가 고압선에 충돌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철탑과 고압선 위치를 파악하고 비행거리와 고도를 조절하는 등의 조치를 한다.

그러나 강력해지고 잦아지는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 경험을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