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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콘텐츠의 힘 입증…전 세계를 사로잡는 "대세 중의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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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콘텐츠의 힘 입증…전 세계를 사로잡는 "대세 중의 대세"

넷플릭스, ‘더 글로리’ 히트친 후 K드라마에 더 많은 투자
뉴욕타임스가 '더 글로리' 특집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 확대보기
뉴욕타임스가 '더 글로리' 특집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2008년 박진영은 원더걸스와 함께 미국 땅을 밟았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원더걸스는 ‘텔 미’와 ‘노바디’로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원더걸스와 함께 박진영의 추락을 예언하는 연예계 전문가들이 많았다.

원더걸스는 이듬해 ‘노바디’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서 76위를 차지했다. 한국 가수 중 최초였다. 빌보드 '핫 100'의 벽은 높았다. 그로부터 3년 후 한국말로 된 노래가 2위까지 진입했다.

전 세계에 말춤 열풍을 몰고 온 ‘강남스타일’이었다. 빌보드 '핫 100'은 난공불락이 아니었다. 2020년 마침내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1위에 올라섰다. 한국 가요 사상 최초였다.

박진영은 지난해 4월 비로소 꿈을 이루었다. 자신이 프로듀싱한 스트레이키즈의 ‘오디너리’가 정상을 정복했다. 6개월 후엔 ‘맥시던트’로 거푸 정상을 밟았다. 국내 가수 가운데 두 개 이상의 앨범을 1위에 올린 것은 BTS(6회)와 스트레이키즈(2회) 둘뿐이다.
이제 빌보드 차트는 블랙핑크, 세븐틴, 피프티 피프티, 뉴진스 등 한국 가수들의 활동 무대가 됐다. '핫 100' 진출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상위권에 진출해야 비로소 이목을 끈다. 노래뿐만 아니다.

전 세계가 한류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대중가요는 물론 영화·드라마·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손에 넣었고, ‘미나리’의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의 위세는 더 당당하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OTT 시청자를 사로잡은 데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잇달아 히트작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 시간) ‘더 글로리’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더 글로리’ 등 4개의 작품이 넷플릭스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작품 10개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창작의 허브로 성장하는 K콘텐츠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넷플릭스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175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 글로리’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의 어떤 힘이 세계 팬들을 사로잡을까.

‘더 글로리’는 고교 시절 왕따를 당한 여인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는 "누가 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는 여고생 동은과 다른 두 명의 가해자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왕따와 괴롭힘은 한국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육관의 소름 끼치는 장면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점에서 김은숙 작가는 매우 영리하고 전략적이다.

1, 2부로 나뉘어 개봉된 ‘더 글로리’는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다섯 번째로 인기 있는 비영어 드라마다. 넷플릭스 측은 이 드라마가 91개국에서 영어 이외의 TV 프로그램 상위 10위에 올랐다는 것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본사조차 이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를 누렸는지 결과를 보고 놀랐다. 왕따와 괴롭힘, 그에 따른 복수가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데다 한국어로 방영(자막이 있긴 하지만)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이제 세계 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강동한 부사장 역시 이 드마라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보고 흥미로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서 “‘더 글로리’는 지역 관객들에게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훌륭한 이야기의 예이지만,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와 사회 문제의 주제를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인생의 사명으로 삼는 문동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의 상처는 그녀가 괴롭히는 사람들의 손에서 겪었던 고통을 신체적으로 상기시키는 역할과 수년간 복수를 추구하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는 나이를 먹고 복잡한 보복 계획을 개발하면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신했다.

‘더 글로리’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이끈 웅장한 세트와 놀라운 비주얼 없이도 수세기 동안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 줄거리 장치인 괴롭힘과 복수의 주제를 함께 엮어 한국과 그 너머의 많은 정의에 굶주린 시청자들을 유혹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거의 3명 중 1명의 학생이 왕따를 당했다. 이 보고서는 또 5개국 중 1개국에서 왕따가 증가한 사실을 지적했다.

비록 한국의 학교 폭력에 대한 보고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지만 – 한국 교육부에 따르면, 약 2퍼센트의 학생들이 피해자다 – 많은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더 높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30개 이상의 한국 시리즈, 영화 그리고 대본 없는 쇼를 개봉함으로써 K콘텐츠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3월 말 ‘더 글로리’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된 지 불과 3주 만에, 넷플릭스는 또 다른 새로운 한국 스릴러인 ‘길복순’을 제공했다. 역시 지난 5주 동안 영어가 아닌 영화들로 넷플릭스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넷플릭스 강동한 부사장은 한국 제작의 세계적인 성공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쇼에 자막을 달거나 더빙을 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국제적인 범위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또한 창의적인 중심지로서 서울의 성장하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가 성공하기 전 메이저리그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대였다. 이제는 야구 꽤 하는 선수면 누구나 도전 의욕을 갖는다. 박지성이 두 개의 심장으로 그라운드를 헤집고 다니자 프리미어리그는 비로소 한국 축구 선수들의 앞마당이 되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한국 드라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더 글로리’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