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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일가스산업 내리막길…시추 장비들 헐값 경매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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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일가스산업 내리막길…시추 장비들 헐값 경매 속출

2014년 2000대 운영하다 현재 731대만 가동
미국 텍사스주 페르미언 분지에서 시추중인 굴착기(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페르미언 분지에서 시추중인 굴착기(사진=로이터)
미국 내 오일가스 주요 생산지인 텍사스주 경매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최고급 시추 장비들이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영중인 석유 가스 시추 장비는 총 731대로 2014년의 거의 2,000대에서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일례로 텍사스 경매업체 크루즈 자산운용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최고급 시추용 드릴 장비 2대를 조만간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면서, 2019년에 설치될 당시 각각 4,000만 달러와 3,000만 달러로 평가되던 그 장비들의 첫 입찰가는 1,290만 달러, 2,3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40년 동안 유전 장비를 판매해 온 한 경매업체 최고경영자 댄 크루즈는 "그 장비들이 그렇게 저렴할 이유가 없다. 단지 수요가 없을 뿐이다"고 말했다.
오일가스 생산기업들은 낮은 상품 가격과 월가 투자자들의 주주 환원 확대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석유 시추 장비의 과잉 공급은 미국 셰일 에너지 지역의 시추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극명한 신호로 보인다.

유전 서비스 회사인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서히 증가하던 오일가스 시추 장비(rig) 수는 지난주 731개가 운영 중인 가운데 연초 이후 6%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셰일 혁명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 중반에는 거의 2,000개의 리그가 가동되었다. 지난주 가스 관련 시추 장비의 수가 2016년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폭인 10%, 즉 16대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데이터 회사인 프라머리 비전(Primary Vision)의 최고 경영자인 매트 존슨(Matt Johnson)은 "요즘 장비 운용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은 지난해 오일가스 가격 상승세에 따라 횡재를 한 생산기업들은 신규 시추 작업자들을 고용하기 전에 유가 변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전반이 여전히 불확실성 상태로 주의가 필요하고 업스트림 참가업체들도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지난해 셰일 시추 활동의 완만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많은 민간 기업들이 현금이 풍부한 상장 기업들에 인수되었으며, 이들은 주주 배당에 대해서 더 정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의 애널리스트인 나탄 네미스(Nathan Nemeth)는 "그 기업들은 정말로 성장 동력이었다. 이제 그 민간 기업들이 인수되어 팔려나가고 있으며, 그 추세는 곧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 상장 마타도르 리소스(Matador Resources)는 사모펀드가 지원하는 페르미언 분지 시추기업 어드밴스 에너지(Advance Energy)를 16억 달러에 사들였고 상장 기업 오빈티브(Ovintiv)는 지난달 엔캡 인베스트먼트로부터 43억 달러어치의 자산을 사들였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와 건조 가스 생산량은 올해 연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추가 정체되면서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매일 100만 배럴 이상 급증했으며, 2019년 11월 1,300만 배럴로 생산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에너지정보국은 향후 12개월 동안 생산량이 일일 20만 배럴씩 증가해 일간 1,26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그 예측치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일가스 생산기업들이 셰일층 굴착기술을 연마하면서 유정의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2020년 시추 장비당 신규 석유 생산량이 2007년 일일 거의 100 배럴에서 상승해 일일 2700 배럴 이상 늘었던 노스다코타의 바켄 셰일과 같은 한때 번성했던 일부 지역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이후 일일 1,700배럴로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의 약화는 미국 시추산업의 후퇴를 이끌고 있다. 16일(화) 미국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120달러를 넘어선 이후 40% 이상 하락한 71달러 턱밑까지 하락했다. 기준이 되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약 3분의 2가 떨어져 MBTU당 2달러를 약간 넘었다.

체서피크 에너지사, 컴스톡 리소스 등 상장 가스 생산기업들은 다수의 민간 기업들과 함께 올해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걸쳐 있는 헤인즈빌 셰일 분지의 시추량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추업체 나보르스 인더스트리의 앤서니 페트렐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가스 시장의 측면에서 분명히 난기류를 만나며 급격히 떨어졌다. 3월말 기준 많은 사람들이 그냥 (시추) 중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나보스는 텍사스주 서부 및 뉴멕시코의 생산성이 높은 페르미언 분지처럼 가스 중심 생산에서 오일 중심 생산지로 시추 장비를 이동, 배치하려고 하고 있다. 경쟁사인 프리시즌 드릴링사는 최근 애널리스트와의 통화에서 국경 북쪽에서 캐나다로 장비를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셰일가스 시추업체들은 국내 가스 생산업체들의 유망한 판매처인 LNG 수출용 신규 터미널 건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고 2024년 말까지 신규 프로젝트는 시작되지 않을 예정이다.

경매업체인 크루즈에게 그건 너무 늦은 조치이다. 크루즈는 현재 불확실한 미국 시장 너머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에 기반을 둔 구매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크루즈는 "어디에서나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최종 사용자가 있는 해외에서 구매자를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며 아마 국제적으로 시추 장비들이 판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