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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사우디, 그린 위에서는 화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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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사우디, 그린 위에서는 화해했다

美 PGA 투어·사우디 후원 LIV 골프 합병 선언

미국 중심 PGA 투어와 사우디가 후원하는 LIV 골프와 합병 선언
미국 중심 PGA 투어와 사우디가 후원하는 LIV 골프와 합병 선언

PGA와  LIV가 합병을 선언했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존 람. 이미지 확대보기
PGA와 LIV가 합병을 선언했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존 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린 위 전쟁을 멈추었다. 미국 남자 골프 PGA 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신흥 투어인 LIV 골프와 사업을 통합하기로 선언했다.

6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PGA 투어와 경쟁하기 위해 2021년에 출범한 새로운 조직인 LIV 골프는 선수들 사이에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문제를 놓고 그동안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다.

PGA와 LIV를 합병해 결성된 새로운 구단의 명칭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새 기구의 회장은 사우디 정부 기금 회장 인 야시르 알 루마 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PGA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CEO를 맡을 예정이다. PGA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남자 유럽 골프 대회인 DP 월드 투어도 새로운 조직의 일부가 될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새로운 조직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 할 계획이다. 또한 통합 후 사업 운영에 관여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골프계와 관련 산업에 대한 사우디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 우즈


신흥 LIV는 지난 해 6월 창립 이래 높은 상금과 엘리트주의를 내세워 더스틴 존슨(당시 세계 1위), 브룩스 켑카, 재미동포 나상욱 등 많은 PGA 스타들을 끌어들였다.

그레그 노먼을 얼굴로 내세운 LIV는 필 미켈슨과 함께 타이거 우즈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백지 수표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잭 니컬러스)에 도전하는 타이거 우즈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통산 15번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마스터스 다섯 차례 우승을 비롯해 US 오픈과 잉글랜드오픈 세 차례, PGA 선수권 대회서 네 차례 정상에 올랐다.

PGA와 LIV는 그동안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PGA 투어는 일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곤 LIV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시켰다. LIV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인권 문제를 가혹하게 비판함으로써 명백히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덩달아 양대 조직에 속한 스타 선수들은 서로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투어의 매력이 심각하게 손상됐고, 싸움에 식상한 팬들이 급속히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수 탈퇴를 둘러싼 PGA와 LIV 간의 불화는 양측 간의 법적 다툼까지 확대됐다. 결국 두 단체는 다시 합하기로 결정했다. PGA와 LIV 측은 “이번 합의에 따라 계류 중인 모든 소송을 끝낼 것”을 선언했다.

PGA의 경우 미국 법무부가 독점금지법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처 부담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내에서는 유명 선수간의 신경전과 법정 다툼으로 골프의 이미지가 크게 나빠지고 게임 자체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PGA와 LIV의 합병으로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사진은 PGA 투어 선수 임성재.
PGA와 LIV의 합병으로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사진은 PGA 투어 선수 임성재.


미국과 사우디의 화해


이번 합병으로 PGA 또는 DP 투어에서 실격 된 LIV 선수는 2023 시즌 후에 다시 신청을 받아 주기로 했다. PGA의 모나한 커메셔너는 합병 발표에 대해 "2년 동안의 혼란과 혼란을 끝낸 오늘은 골프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6일 PGA와 LIV의 통합을 환영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졌다. 골프장비 대기업인 골프 캘러웨이 브랜드와 아키넷 홀딩스는 전날보다 각각 6.5%, 5.4% 상승했다. 스포츠 용품 매장 딕스 스포팅 굿즈도 5% 이상 올랐다.

골프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크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거래이며 골프계에 좋은 소식이다”고 환영했다. 트럼프가 소요한 각종 골프 코스는 PGA와 LIV 투어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PGA의 주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우디가 후원하는 조직과의 합병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가 있다. 몇몇 미 의회 의원들은 사우디 정부의 언론인 살해를 거론하며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LIV 소속 선수들이나 PGA 선수들이 순순히 결정에 따라 줄지도 의문이다. PGA 투어는 선수들을 위한 모임이다. 당초 출범부터 선수들의 입김이 상당히 셌다.

엄청난 돈을 거부하고 투어에 남은 선수들이 자신들을 비난하고 돈을 쫓아 LIV로 건너간 선수들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손을 다시 잡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미국과 사우디가 골프전쟁을 끝낸 날 공교롭게도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의 최대 권력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한 뒤에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해외언론들은 중국이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PGA와 LIV의 그린 위 화해와 어쩌면 닮았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