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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서 스타트업들이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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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서 스타트업들이 떠나는 이유

이스라엘 우파정부 추진해온 ‘사법부 무력화’ 법안 통과 파문, 이스라엘 경제계로 불똥…이스라엘 스타트업계 70% “벤처투자 유치 심각한 차질” 사업장 해외이전 나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립정부가 대법원의 역할을 축소하는 내용의 사법개혁 방침을 추진하고 나서자 이스라엘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이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간) 수도 텔아비브에서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을 지키자'는 플래카드를 내세우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타임스오브이스라엘 이미지 확대보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립정부가 대법원의 역할을 축소하는 내용의 사법개혁 방침을 추진하고 나서자 이스라엘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이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간) 수도 텔아비브에서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을 지키자'는 플래카드를 내세우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타임스오브이스라엘
중동권에 위치한 나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IT 강국이자 스타트업 천국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IT 산업이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달하고, 전체 수출액 면에서도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기업들이 이스라엘을 등지고, 근거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스라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사태가 심각한 것은 이스라엘 경제계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가 자초한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데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가 헌법재판소 역할까지 하는 이스라엘 대법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 위해 마련한 이른바 ‘사법부 무력화’ 법안이 지난 24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 헌정사상 처음으로 의회를 통과하면서다.

이 법안의 통과를 '견제와 균형'이라는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조치라고 비판하는 시민들은 물론 이스라엘 예비역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맹방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도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크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3명 중 한 명꼴로 나라를 떠날 의향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역풍이 거세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70% “사업장 해외 이전 착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타트업계를 대변하는 이스라엘의 비영리단체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은 최근 IT 관련 스타트업 521개 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업의 약 70%가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이 근거지를 굳이 해외로 옮기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에 따르면 네타냐후 정부가 반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 법안의 통과를 추진하면서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의 올 상반기 자금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벤처투자 유치 실적이 무려 70%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은 밝혔다.

그동안 혁신적인 기술을 내세워 외국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왔는데, 우파 연립정부의 사법 개혁 강행 여파로 상당수 해외 투자자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멈췄다는 얘기다.

빨간불 켜진 이스라엘 경제


IT 업종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이스라엘 경제에 빨간불을 켜기에 충분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IT 업계가 만들어 내는 부는 전체 GDP의 15%가량을 차지하고, 전체 일자리의 10%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 수출액의 50%가 IT 업계에서 나오고 있고 법인세의 25% 역시 IT 업계가 내고 있다.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의 아비 하손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해외에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새로 창업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다”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