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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첨] 미국판 최순실? "머스크의 위상, 하늘을 찌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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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첨] 미국판 최순실? "머스크의 위상, 하늘을 찌를 정도"

일론 머스크 X 총수. 사진=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X 총수. 사진=악시오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물러나면서 이른바 ‘세계 최대 1인 미디어’라는 타이틀을 넘겨받은 것도 모자라 글로벌 소셜미디어 X까지 소유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동시에 기업인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고 좌충우돌식으로 발언을 쏟아내면서 하루가 멀다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계의 혁신 아이콘.

이 모두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머스크가 이번에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개입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지금까지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향후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를 위시해 국제 정세와 안보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서다.

◇머스크는 선출되지 않은 고위 공직자(?)

머스크에 관한 핵폭탄급 의혹을 제기한 곳은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뉴요커다.

뉴요커는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을 비롯해 다수의 정부 및 민간 소식통들을 취재한 결과 머스크가 인공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를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뉴요커는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직접 통화한 사실도 머스크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고 소식통들의 증언을 인용해 전했다. 머스크는 뉴요커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뉴요커의 취재에 응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요약하면 스타링크 서비스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을 되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군사작전을 뒷받침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머스크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크게 올랐다고 정리된다.

뉴요커에 따르면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머스크의 심기를 건드릴까 염려해 상당히 눈치를 살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이들이 익명을 전제로 뉴요커에 제보한 내용 중에는 “머스크는 마치 ‘선출되지 않은 고위 공직자’ 같은 대접을 미국 관리들로부터 받았다”는 언급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미 국방부의 한 현직 관리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은덕을 입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엄연한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미국 정부도 하지 못한 스타링크라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에 개입하는 등 법적으로 부여받지 않은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올트먼 CEO “머스크, 자신만이 인류 구할 수 있다고 믿어”

머스크가 대기업 총수라는 자리를 뛰어넘어 최근 가장 뜨거운 국제적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종 통화까지 해가면서 개입했다는 의혹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뉴요커가 취재한 머스크의 지인 30여 명이 내놓은 증언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출시해 초대박을 터뜨린 올트먼과 머스크는 올트먼이 오픈AI를 차릴 때 머스크의 도움을 받아 동지 관계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머스크 CEO가 챗GPT를 평가절하하면서 오픈AI의 대항마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대립하는 애증의 관계다.

올트먼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인류 사회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인류를 구하는 주역은 반드시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온라인 결제 플랫폼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업체 엑스닷컴(X.com) 시절부터 머스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CEO도 머스크에게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아직도 머스크와 연락하는 사이라는 호프먼은 지난해 9월 머스크와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근거로 “머스크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믿는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난 뒤인 10월에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화적으로 끝내는 방안으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영구적으로 양도하고, 우크라이나를 영구 중립국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설문조사 형식으로 올렸다. 다만 머스크는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자 입장을 거둬들였다.

당시 미국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로 평가받는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도 “푸틴이 서방의 유명 인사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스피커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머스크가 푸틴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