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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셰브론 LNG 파업…공급 차질·가격 상승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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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셰브론 LNG 파업…공급 차질·가격 상승 초래

호주 서부 필바라 해안에 있는 셰브론의 휘트스톤 LNG 시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서부 필바라 해안에 있는 셰브론의 휘트스톤 LNG 시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5%를 차지하는 호주 셰브론의 LNG 시설의 근로자들 파업에 돌입해 LNG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실제 유럽 가스 가격은 8일(이하 현지시간) 이 노동자 파업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만약 생산 중단이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공급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이터는 호주 셰브론이 운영하는 LNG 시설 근로자들이 급여 및 근로조건에 대한 장기간 협상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파업은 9월 8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되었으며, 고르곤 및 휘트스톤 플랜트와 서호주의 휘트스톤 해양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대략 2000명의 근로자들이 참여했다.

파업을 초래한 배경과 쟁점


파업의 쟁점은 급여 및 근로조건 개선이다. 근로자들은 성과급 인상, 휴가 및 수당 개선과 안전 문제 보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생산업체인 셰브론의 파업은 8월 협상을 통해 파업 위기를 모면한 우드사이드와는 다른 양상이다. 두 회사는 모두 호주 서부 해안에서 LNG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우드사이드와 노조는 파업을 피하려고 임금 인상과 부당한 해고를 금지하는 고용의 안정성 보장 등에 합의했다. 그 외에 노조가 원하는 조건을 회사에서 상당 부분 수용해 파업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셰브론은 노조와의 협상에 실패했다. 회사는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쉐브론 대변인은 “주요 조항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라며 “노동조합이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중재 회담에 동의했지만, 셰브론이 완강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파급 영향

파업은 세계 LNG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전 세계 LNG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셰브론은 호주 LNG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 거래의 유럽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Title Transfer Facility) 허브의 전월 가스 가격은 MWh당 약 10% 상승한 38.50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유럽 가스 가격은 호주 셰브론 협상 진척에 따라 가격에 변동이 커졌다. 셰브론 시설이 파업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세계 LNG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파업은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고, LNG 공급 중단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이며 주요 구매자는 아시아다. 이 분쟁은 LNG 조달이 어려워진 아시아가 유럽의 가스 수급 공급업체와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고 있다. LNG 가격까지 오르면 다시 전 세계는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고조될 수 있다.

앞으로의 상황 전개


노조는 당초 7일 오전부터 파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중재 협상에 진전을 보인 뒤 두 차례나 파업을 미뤘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쉐브론은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기업 계약을 제시했지만, 근로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9월 14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파업이 확대될 수 있다.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9월 29일까지 총파업으로 이어진다.

셰브론은 운영 중단에 대비해 비상 가동 대책을 취할 계획이지만, 노조는 “작업을 중단한 후 인수인계를 수행할 인력이 없으면 LNG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파업 시도를 생산에 실질적 영향을 주기보다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압박 차원에서 고안된 것으로 본다.

시설을 완전히 폐쇄하는 것은 서호주에 에너지 위기를 초래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어 장기간 파업이 이어질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상황은 돌발 변수가 많고, 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중국과 일본은 호주 LNG의 상위 구매자이며, 한국과 대만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LNG 시장은 수급에 민감할 수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유럽은 변동에 따른 불안 해소 장치를 가동 중이라는 점이다.

EU는 2022년 6월 가스 저장 규정을 마련해 매년 11월 1일까지 LNG 저장 시설의 90% 채우는 구속력 있는 EU 목표를 설정했고, 9월 현재 90%가량 비축되어 있다. 가스는 겨울에 EU 가스 수요의 최대 30%를 감당할 수 있어 유럽 에너지 공급 안보의 핵심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