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학적 요인과 경기 둔화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의 비관론이 더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향후 5년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하는 기업 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로이터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하이 주재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연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억제 조치가 종료된 후에도 향후 5년 동안 중국 사업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미국 기업 비율은 52%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 72%에서 20% 감소했다. 이는 1999년 미국 상하이 주재 상공회의소가 연례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하락은 미·중의 지정학적 갈등,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규제 강화, 부동산 위기 등 여러 요인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내 경제활동에 큰 제약을 가하고, 미국 기업의 매출 감소와 투자 위축을 초래했다. 특히, 중국 정부 규제 강화는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과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술 분야 규제가 강화되자 미국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투자를 철회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 상하이 주재 상공회의소 회장인 숀 스타인은 “코로나 이후 경제 성장이 지속 반등할 것이라는 환상이 많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지정학은 많은 기업의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으며, 설문조사에 참여한 325명의 응답자 중 60%가 미국-중국 긴장을 가장 큰 비즈니스 과제로 꼽았다. 또한, 이로 인한 중국의 경제 둔화를 가장 큰 과제로 보았다.
미국 기업들은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보복 차원의 중국 정부 규제 강화, 투자 제한, 시장 개방 확대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면, 중국 내 매출 감소, 수익성 악화, 투자 위축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반응했다.
중국 규제 환경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지난해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으로 인해 사업이 분리될 수 있는 압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52%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 굴기와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압력을 강화하면서, 중국 정부의 미국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중국 철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반응했다.
수년간 양국 관계 악화의 피해자는 기업이었다. 중국은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비난했으며,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위험하게 만드는 벌금, 단속 및 기타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중 정부의 경제의 정치화의 손해는 기업에 돌아갔다.
미국 상하이 주재 상공회의소 보고서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중국의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가장 큰 위험으로 언급됐다. 응답자들은 미·중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중국 내 업계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러몬도 장관 방문 이전에 수행됐으며 방문 이후에도 기업들은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다. 큰 진전 없이 양측이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차이점을 극복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기업은 불확실성에 놓여 있게 된다.
기업은 미·중 무역 전쟁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두 세력 간 지정학적 갈등에 휘말릴 위험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개선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34%에서 올해 40%로 더 많은 기업이 현재 중국에 배정된 투자를 주로 동남아시아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로듐 그룹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 직접 투자(FDI)는 2021년 대비 23% 감소해 1170억 달러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의 중국 투자는 2021년 대비 22%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인도,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202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그린필드 외국 직접 투자를 받았으며, 이는 중국을 능가한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2022년에 역대 최고의 외국 직접 투자를 기록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긴장감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에서 다른 시장으로 투자를 이동시키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관계의 개선이 느려질수록 글로벌 자본의 중국 투자는 줄어들 것을 암시하는 신호가 누적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