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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HD현대·한화, 27조원 美 함정 정비시장 뚫었다...'K조선 동맹' 中 아성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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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HD현대·한화, 27조원 美 함정 정비시장 뚫었다...'K조선 동맹' 中 아성 도전

미 해군 MRO 첫 수주·필리조선소 인수 등 현지 거점 확보 총력
美 "동맹과 조선업 재건" 선언…기술·인력 교류로 협력관계 심화
지난해 10월 한화오션 경영진과 미 해군 관계자들이 군수지원함 'USNS 월리 시라'의 정비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한화오션 경영진과 미 해군 관계자들이 군수지원함 'USNS 월리 시라'의 정비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세계 조선 시장을 장악한 중국을 미국과의 동맹을 발판으로 견제하려는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조선산업의 인력·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미 해군의 함대 현대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양국 간 '조선 동맹'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MRO 넘어 방산·미래 기술로 영토 확장


HD현대중공업이 미국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섰다. 2024년 7월 미 해군과 함정 유지·보수·정비 계약을 체결해 한국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 선박 정비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를 통해 미 해군의 지원함과 전투함 모두에 대한 정비 입찰 자격을 확보하며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3020억 원) 규모의 거대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어 2025년 4월에는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HII)와 손잡고 생산성 향상과 기술 교류를 포함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그룹과 함께 미국 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건조에 나섰고, 2028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의 강력한 동맹이자 중요한 사업 파트너"라면서 "미국의 조선산업 부흥과 국가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기술 협력도 활발하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기술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와 함께 미래 해전(海戰)의 판도를 바꿀 핵심으로 꼽히는 무인 수상정 개발을 함께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억 달러(약 1364억 원)에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거점을 확보한 한화오션은 지난 3월 4만 톤급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의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미 해군 군수지원함(USNS) 유콘 등 추가 정비 계약도 확보했으며, 올해 5~6척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를 맡는다는 목표다. 한화오션의 가세로 미국의 부족한 함정 정비 역량이 보완되면서 미 해군 함대 가동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미 해군 함정 5~6척의 유지·보수를 맡는다는 목표다. 사진=한화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은 올해 미 해군 함정 5~6척의 유지·보수를 맡는다는 목표다. 사진=한화그룹

◇ "동맹과 함께"…정부·인재 교류로 협력 다진다


양국 간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도 잇따랐다. 미 해군성 존 필런 장관은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세계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을 시찰했다. 당시 안내를 맡은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은 "우리의 첨단 기술과 조선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의 조선산업 부흥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마크 켈리 미 상원의원이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협력은 단순 사업을 넘어 기술과 인력 교류로까지 깊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주 서울대·샌디에이고대 등과 함께 인재 양성을 위한 공동 노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해마다 미국 주요 대학의 조선 공학도 20~30명이 서울대에서 단기 연수를 받고 HD현대중공업에서 설계 교육을 이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한·미 조선 동맹 강화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산업을 재건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양국 협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선박 발주량의 70%는 중국, 17%는 한국이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승렬 산업정책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조선 협력에 대한 양자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무역 정책상 중국을 기피하면서 한국으로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