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는 중국 배터리 회사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35억 달러 규모의 EV 배터리 합작공장의 신설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결정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공장 건설에 대한 현지의 반대, 정치권에서 중국 기업 개입에 대한 비판 등이 이 겹치면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포드는 미시간주 마샬에 공장을 건설하고 약 2500명의 직원을 고용해 다양한 신규 및 기존 저가형 배터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는 이곳에서 2026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연간 40만 대의 차량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많은 EV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코발트-망간보다 더 저렴한 리튬-철-인산염(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포드는 자회사가 공장을 소유하고 직원을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작 기술은 리튬-철-인산염 전문 기술로 유명한 중국의 CATL에서 기술, 일부 장비 및 인력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마샬은 디트로이트에서 서쪽으로 약 160km 떨어져 있고 두 개의 주요 주간 고속도로 근처에 있다.
그러나 포드는 25일 공장 건설이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포드는 “여러 고려 사항이 있으며, 그곳에서 계획된 투자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UAW 노조 파업이다. 그간 포드와 주 정부 사이에 EV 배터리 공장 건설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포드는 인센티브를 요구했다.
26일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마샬 지역구 소속 공화당 라이트너 하원의원은 주 정부에서 약 17억 달러 인센티브 제공에 합의했고 실제 지출도 진행됐다. 그는 파업이 길어지고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겨 인센티브의 일부가 환수되자 포드가 공장 건설과 생산 일정 차질을 이유로 공장 건설을 중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노조가 EV 전환에 비판적인 점을 감안해 파업의 수위를 자극할 빌미를 없애기 위해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는 추측도 있다.
실제 UAW는 GM이나 스텔란티스와 달리 포드에 대한 파업을 철회했다.
물론 포드 측이 마샬 공장 중단 결정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사정은 좀 더 알아봐야 한다.
포드의 결정이 파업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미시간 남부의 보수적인 시골 지역 주민들의 공장 반대를 반영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러스트 벨트에 해당하는 지역 주민들은 공장도 원하지 않고 중국 회사와 관련된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중국 회사의 지적 재산을 사용하는 배터리 공장에 적대적 입장이다.
포드 공장 건설계획은 미·중 관계가 경색되는 가운데 배터리 부족 해소와 세금 공제를 받으려는 시도에서 발표된 것이지만, 정치권의 반발이 컸다.
당시 제이슨 스미스 미 하원 세입 위원회 의장은 포드에 서신을 보내 중국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 사업이 IRA 입법 취지를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버지니아주에도 공장 건설을 검토했지만,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반대해 미신간주로 공장의 입지를 돌렸다.
영킨 주지사는 포드가 중국의 자회사인 포드 창저우와 함께 미국에 새로운 EV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자 이 프로젝트가 중국 공산당의 '전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 기술을 훔치고 미국 경제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포드의 CATL 기술을 활용한 공장 건설에는 여전히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설할 수 있다.
포드의 공사 중단 결정은 계약 자체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게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공장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한편,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에 진출하려는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CATL은 테슬라와 손잡고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이 2022년 10월 미시간주에 23억 6000만달러를 들여 두 개의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미시간주 의회는 4월 공장의 건설과 관련해 1억 7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포드의 마샬 공장 건설 중단으로 테슬라의 CATL과의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CATL은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에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테슬라는 EV 가격을 더 저렴하게 하려는 데 관심이 있다. 이에 포드 마샬 공장 건설이 테슬라의 미국 현지 합작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포드의 공사 중단 사유를 파악해 CATL과 사업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피하면서 더 저렴한 배터리를 미국 현지에서 만들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
만약 테슬라가 시차를 두고 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종료된 이후 미국에 CATL 기술을 이용해 배터리 공장을 신축한다고 결정하면, 포드의 중단된 공장의 건설도 재개될 수 있다.
고션이 진행하는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은 미국 기업과 공동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 정부로부터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 미국 내 공장 건설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어서 공장 건설이나 가동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향후 중국에서 다른 배터리 기업들이 고션 방식으로 미국에 투자를 늘릴 경우 미 의회에서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새로 만들 수 있다.
포드의 CATL 공장 건설 중단 발표는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우리 기업에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의 IRA 이후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주 정부의 중국 배터리 기업 진출 입장은 미·증 갈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 잘 지켜보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