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매카시 하원의장, 美 사상 최초로 해임

공유
0

[초점] 매카시 하원의장, 美 사상 최초로 해임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이 사상 최초로 해임됐다. 사진=본사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이 사상 최초로 해임됐다. 사진=본사 자료
미국 하원은 3일(이하 현지시간) 권력 3위인 공화당 소속 매카시 의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하원의장 해임 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집권 민주당 의원들 외에도 정부 셧다운을 모면한 임시 예산안 처리에 불만을 표시해 온 야당인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매카시 의장은 이들과의 끈질긴 악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카시 의장의 해임 동의를 묻는 투표는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최소한 8명의 공화당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미 하원(435석)은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이츠를 포함한 20여 명으로 구성된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는 소수이지만 여당과 야당의 대립을 발판 삼아 하원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공화당의 내분


앞서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처리된 임시 예산안에 반발해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동의안을 제출했다.

미국 의회는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이전 연방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예산 삭감 주장을 굽히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매카시 의장은 셧다운이 눈앞에 다가오자 민주당과 협상에 나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격분한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민주당과 비밀 거래를 했다며 매카시 의장을 공격했다.

나아가 맷 게이츠는 정부 셧다운을 피하려고 민주당과 협력해 임시 예산을 통과한 사실을 문제 삼아 같은 당 소속의 매카시 의장을 해임하려 들었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 의장 해임 동의안이 투표에 부쳐진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10년 조지프 캐넌(공화·일리노이), 2015년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전 의장에 대한 해임 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진 바 있다.

지난 9월 30일 통과된 임시 예산안에는 공화당 강경파들이 강력히 요구해 온 두 가지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삼각과 국경 안보 강화 조치다. 매카시 의장의 해임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게이츠는 임시 예산 통과 과정에서 "매카시 의장이 집권 민주당과 비밀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협력해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진퇴양난


집권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의 도움으로 간신히 셧다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으로부터 ‘비밀 거래’라는 고약한 프레임을 뒤집어쓰게 됨에 따라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공화당 강경파들이 제안한 의장 해임안에 동조할 경우 매카시를 잃게 되고, 반대하면 그와의 비밀 거래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하원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제프리스는 3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매카시의 해임 동의를 지지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제 하원에서 공화당 내분을 끝내는 것은 공화당 의원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지난 1월에 있은 매카시의 의장 임명에 반대했다. 매카시는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해 단 한 명의 의원이라도 그의 해임안에 동의하면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이 조치가 결국 그에게는 자승자박으로 돌아온 셈이다.

매카시 의장은 3일 하원의장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매카시는 2006년 캘리포니아 22선거구에서 하원 의원으로 당선돼 현재까지 9선 고지에 올라 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