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인 미국 정부 채권이 2007년 이후 최고의 수익을 내는데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하나?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5%에 육박하는 현재 투자자들에게 당면한 질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공적인 투자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5년 동안 거의 공짜로 제공된 현금이 기술주 붐을 일으켰고, 벤처 투자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채권은 유용한 헤지 수단이었고, 혼란한 시기에 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가 되었다. 채권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투기적 과잉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투자로 복귀할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주식 투자에는 여전히 부자의 꿈을 이루게 해줄 마력이 있다. WSJ는 월가 최고의 투자 고수 5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불확실성의 시대, 무엇을 팔고 사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마리오 가벨리
마리오 가벨리는 오래도록 투자 일선에서 활약해 왔다. 뉴욕주 라이에서 갬코 인베스터스를 운영하는 이 억만장자 자금 관리인은 아직 미국 주식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가벨리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캠페인과 미국의 제조업과 성장을 되살리려는 정부의 노력 사이의 긴장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세력들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연방정부의 적자는 장기적인 관심사일 뿐이라고 그는 단정했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순이자는 지난 회계연도 34% 급증한 5720억 달러(약 774조 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벨리는 부채가 늘어나면 지난 100년 동안 주식 투자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던 연 10.2%의 수익률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미국은 인구 증가와 생산성 면에서 여전히 다른 많은 국가들보다 나아 보인다.
세계는 극단적인 단기주의 경향을 갖고 있다. 근시안적이고 반동적인 거래는 역사적으로 일상적인 투자자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사실 그들은 종종 포트폴리오를 손대지 않은 채로 두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가벨리는 "앞으로 3~4개월 동안 시장이 부채에 어떻게 적응할지 가늠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면 미국 주식에서 8~9%의 수익률을 올리기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워렌 버핏과 마찬가지로 장기 주식을 선호해 월스트리트의 최고 연봉자 자리에 올랐다.
스티브 아이즈먼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2015년 영화 '빅쇼트'에서 스티브 카렐이 그를 연기한 이후 아이즈먼은 일약 스타가 됐다. 사람들은 그에게 다음 폭발은 무엇이고, 그것이 언제일지 묻는다.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회사 중 하나인 노이버거 버먼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아이즈먼은 20년 만에 최고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릴 만한 주택 위기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고객들을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채권을 매입하고, 미국 정부의 과시적인 지출을 틈타 주식을 사들이라고 주문했다.
그의 눈은 건설회사, 유틸리티, 산업재 및 재료 주식에 향해 있다.
아이즈먼은 "벌칸 머티리얼즈(VULCAN MATERIALS)가 하는 일은 무얼까? 돌을 만드는 회사다. 인공지능처럼 복잡한 일을 하지 않는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쉬운 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즈먼은 ‘투자 불가’ 은행들과 고성장 주식들을 외면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투자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는 은행들의 전망이 그럴듯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들의 전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는 은행 시스템이 당장 위협을 받고 있지는 않더라도, 예금주들에게 더 높은 금리와 경기 침체의 전망, 그리고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들의 투자성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스와트 다모다란
금리 상승은 해당 기업들의 미래 수익 가치를 훼손함으로써 고공 행진 중인 기술주들을 짓누를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의 비용은 상승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무 위험 국채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때 기술주를 앞세운 전단지에 더 이상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의 재무교수이자 주식가치평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아스와스 다모다란씨는 올해 빅테크 주식들이 잘 나갔던 사실에 놀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기술 기업을 곧 성장 기업이라고 부르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모다란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돈을 마구 찍어내던 기업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축적하고 부채 부담을 줄였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클라우드, 구독 비디오 스트리밍, 식료품 쇼핑 및 전자 상거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급등은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하는 능력을 시험한 것이었다. 많은 젊은 기업들은 경기침체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지 못했고, 쉽게 돈을 얻을 수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다모다란 씨는 제로 금리에 가까운 시대에 출범해서 번창한 기업들은 연준의 금리 캠페인으로 인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경기 둔화를 견디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라 말리크
사이라 말리크는 투자 회사 누빈의 최고 투자 책임자로서 약 1조 10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녀의 고객들은 포트폴리오의 약 4분의 1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주식 투자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단기 부채 수익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그러나 주식 시장은 현금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말리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변경하기 시작한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하락이나 상승 시기를 맞추려고 노력해 왔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성공적으로 조정하지 못해 종종 잘못된 시기에 시장에 드나들었다고 지적했다.
말리크는 2024년 언젠가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실패로 시작해 도미노처럼 여러 지역 은행들을 무너뜨린 은행위기는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보다는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그녀는 특히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농지, 목재 토지, 신흥 시장 주식 및 민간 신용과 같은 덜 전통적인 보유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좋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위기가 눈앞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거품이 조만간 꺼질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여전히 약세보다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 기틀린
마이크 기틀린은 이번 달 말 캐피털 그룹의 사장 겸 최고 경영자가 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약 2조 30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 중 8000억 달러 이상이 연금과 기타 기관 퇴직 기금을 대신해 운용되고 있다.
기틀린은 현재 채권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단기금리는 수년 내 최고이고, 장기 채권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더 번창할 것이다. 심지어 등급이 낮은 기업의 부채도 수년 동안 주식과 수익률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 행진을 끝내면 창문이 열린다"라고 그는 예고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채권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채권 포트폴리오와 관련해서는 너무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품질의 단기 채권은 경우에 따라서는 6%에 가까운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가 와서 일부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경우에는 더 위험한 높은 수익률(9%)을 제공할 것이며, 이는 조금 더 투기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을 유혹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머니마켓 펀드와 같은 단기 및 현금성 자산에 몰두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떨어지면 가격이 더 오르는 장기 채권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기틀린은 귀띔 했다.
10년 만기 수익률이 향후 몇 년 동안 3.5%에서 5.5% 사이에서 반등할 수 있지만, 수익률이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한 조만간 금리가 급격히 하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1년 후 연준 금리는 0이 아니라 4.5% 정도가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고, 경기가 둔화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냉각되고 있다. 그 모든 징후들이 채권 매입을 가리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