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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 막후 종용…확전 방지·인도적 지원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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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 막후 종용…확전 방지·인도적 지원에 초점

미국은 인질 석방 안된 상태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 시작해도 막지는 않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지상전 돌입을 최대한 늦추도록 하면서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210명가량의 인질 석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인질 석방이 이뤄지지 않았어도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돌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은 특히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종용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이하 현지 시간) “인질 석방 교섭이 진행되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지상전을 늦출 수밖에 없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질이 억류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하면 팔레스타인 주민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고,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에 인구 밀집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WSJ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등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이스라엘 측 상대방에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구체적인 주문을 하지 않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확전을 막고, 민간인 피해자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에게 자신의 우려를 표시하면서 여러 상황을 가정한 질문을 던졌다고 WP가 전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이 9·11테러 사건 직후에 미국이 범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이스라엘 측에 충고했다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WP는 “미국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지역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막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지상전을 시작하면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이란 등이 개입하는 사태로 발전해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고 WSJ가 지적했다.

CNN도 이날 미국 정부가 인질 협상 진전을 이유로 이스라엘 정부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지난 20일 인도주의적 이유를 내세워 미국인 인질 모녀 2명을 석방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상군 투입 연기 요구를 묻는 말에 "이스라엘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여러 방송에 출연해 "우리 그들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이·팔 전쟁에 지나치게 개입했다가 이스라엘과 국내외 친이스라엘 그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또한 가자 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관련국들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이 가자 지구에 들어간 것을 환영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전화 콘퍼런스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 이 통화에서는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식량·의약품과 다른 인도주의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