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로 하원 의장 후보로 선출된 에머 의원도 포기 선언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하원의장 부재 사태가 오래갈수록 정부 셧다운을 피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오면 공화당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23 회계연도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 규모가 세수 감소, 물가 상승, 팬데믹 구호 지원 지속 등으로 실질적으로 2배 증가한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정부 셧다운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안을 처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NYT가 지적했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 종료일인 9월 30일 45일간의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미 정치권이 셧다운 사태를 일단 피하고, 한 달 반의 시간을 확보했다.
미국은 지난 50년간 20여 차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었다. 가장 최근 셧다운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인 2018년 12월 시작해 역대 최장인 34일간 지속됐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발표한 '셧다운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의회가 예산편성에 모두 실패해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경제에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CRS는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은 GDP의 7%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셧다운이 GDP 감소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CRS는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발생한 셧다운 당시에는 직접적으로 2018년 3분기 GDP 성장의 0.1%포인트 하락으로 이어졌고, 2019년 1분기는 0.3%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정부 셧다운은 매주 직접적인 경제성장률 0.15%포인트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 정치권 갈등에 따른 거버넌스 악화를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AAA→AA+)했다. 또 다른 신평사인 S&P는 2011년 8월 미국의 부채 한도 위기 당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후 지금까지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선 무디스가 유일하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이번에 셧다운 사태가 오면 무디스가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강등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공화당은 24일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하원의장 후보로 출마한 8명의 의원을 상대로 표결을 해 새로운 하원의장 후보로 톰 에머(62) 원내 수석부대표를 선출했다. 그는 제5차 투표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의 과반(221명 중 111명)인 117표를 확보하며 97표를 얻은 마이크 존슨(51·루이지애나) 의원을 누르고 하원의장에 도전할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그 직후 에머를 단독 후보로 내세워 실시한 당내 투표에서 하원의장 당선 정족수(전체 하원의원 433명의 과반)인 217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소 20명의 의원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머 후보는 즉각 의장직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후보였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당내 후보로 선출된 뒤 반대 세력의 저항 속에 후보직을 내려놓았고,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하원 본회의에서 3차 표결까지 버텼으나 끝내 당내 반대표를 넘어서지 못해 물러났다. 미네소타주에 지역구를 둔 연방하원 4선 의원인 에머는 전형적인 공화당 보수주의 정치인이나 하원의장이 될 수 있는 지지표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하원의장 장기 공백 사태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기 위해 신청한 1050억 달러(약 141조원)대의 '안보 예산안'이 표류하고 있다. 또 정부 임시예산안의 종료 시점인 11월 중순 이후에 적용할 본예산 협상 전망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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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화당은 24일 밤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하원의장 후보로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의원을 선출했다. 존슨 의원은 2015∼2017년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일부 이슬람 국가 출신자들의 이민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지지를 표명했던 강경 보수 성향을 띤 대표적 당내 친트럼프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