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비야디 등 중국 기업, 베트남에 공급망 구축…1~11월 투자 2배 증가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비야디 등 중국 기업, 베트남에 공급망 구축…1~11월 투자 2배 증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총 4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푸토성에 공장을 짓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총 4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푸토성에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1~11월 중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FDI)는 승인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로 증가했다.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도 생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비야디(BYD) 등 위탁생산 기업들도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하노이 북서쪽에 위치한 푸토성의 비야디(BYD) 공장에서는 거대한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8월 BYD는 1억4400만 달러(약 1889억 원) 규모의 확장 투자를 발표하며 누적 투자금액이 4억 달러(약 5429억 원)를 돌파했다.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의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공급망의 베트남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중 갈등이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해 중국에서 최신 제품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 JP모건은 2025년까지 아이패드와 손목시계형 단말기 '애플워치'의 약 20%, 무선이어폰 '에어팟'의 약 65%가 베트남에서 생산될 것으로 분석했다.

에어팟을 위탁 제조하는 입신정밀(럭스쉐어)이 북부 박장성에 3억3000만 달러(약 4332억 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올 여름 이후 약 2만 명의 노동자를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급여는 지역 평균을 크게 웃돌아 "단순 급여 수준으로는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이 집계한 1~11월 외국인직접투자 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288억 달러(약 37조7971억 원)다. 이 중 중국(홍콩-마카오 포함)의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인 83억 달러(약 10조8929억 원)로 30%에 육박했다.

신규 투자 건수도 900건을 돌파해 2위인 한국과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나 태국의 자회사를 통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는 중국 투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중국 투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한편, 베트남과는 협력관계에 있다. 이런 구도가 중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태양광 패널에서도 베트남 생산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최대 업체인 트리나 솔라(Trina Solar)가 4억2000만 달러(약 5512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은 불공정 거래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산 태양광 제품 수입을 제한하는 반면, 베트남산 수입은 관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이 베트남에 주요 모듈을 보내면 경미한 조립만 해서 미국으로 배송하는 우회무역 의혹도 있다. 미 의회는 지난 5월 우회무역을 이유로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4개국의 태양광 제품 관세 면제 조치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으로 관세 면제가 유지됐지만 미국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중국 업체들도 의혹을 피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원자재 생산과 조달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베트남은 외자유치를 위해 다양한 세금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무역협정에도 열심이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지역적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에 참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의 이웃 국가이기 때문에 공급망 전환이 용이하다. 베트남은 공산당 체제이지만 미국의 우방국 공급망인 '프렌드쇼어링'에 합류한다. 중국에 주요 거점을 둔 대만의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과 콴타컴퓨터(廣達電腦)도 베트남에 진출해 공급업체들의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2010년대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남부에 비해 뒤처져 있던 북부 지역의 경제 성장에 일조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부를 진출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알루미늄 합금 업체인 산둥창신금속과학기술은 중부 꽝응우옌성에 첫 해외공장을 설립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하노이 사무소 하기와라 료타로(萩原遼太朗) 소장은 "앞으로 전기자동차(EV)에서도 베트남의 이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BYD는 지난 5월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해 쩐홍하 부총리에게 베트남에서 전기차 생산 의사를 밝혔다. 차량용 배터리 업체인 고션하이테크도 공장을 짓고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 11월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승인했다. 2024년 1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 최소 15%의 실효 법인세율을 부과한다. 특혜로 세율이 15%보다 낮게 책정된 외투기업이 많을 것으로 보여 세제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도 문제다. 매년 여름철이면 당국의 절전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신규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