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는 린다 리우(26)는 고용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금을 사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결혼식 예물도 다이아몬드 대신 금 보석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실물 구매국이며, 분석가들은 올해 들어 글로벌 금 현물 가격 상승의 배경에 중국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향후 몇 년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외국인 투자 유출이 위안화에 부담을 주는 반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찾고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중국 수요가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의 디지털 럭셔리 그룹 컨설팅 담당 상무이사 자크 로이젠은 "소득도, 부동산도, 주식 시장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 환경에서 금은 유니콘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최신 소매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금·은 보석은 올해 중국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소비재 중 하나로,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여 의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주얼리 업체 저우다푸(周大福)가 지난 10월 말 발표한 중국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40세 사이의 소비자 70%가 순금 주얼리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우다푸의 전무 이사 켄트 웡은 "중국이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금 주얼리 소비국이었지만, 전통적으로 중국의 고객들은 나이가 많았다"며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들이 금 장신구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저희는 이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꾸준한 금 사재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저소득층도 450~550위안(63~77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1g 정도의 작은 장신구와 대리석 같은 금 '콩'을 추천하고 있다.
베이징 학생인 나디아 치(21)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골드바와 보석류에 2,000달러 이상을 지출하면서 용돈을 생활필수품에 최대한 적게 썼다. 그녀는 "지금 제가 믿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금에 투자하는 것뿐"이라며 "예금 금리가 너무 낮고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약 1.5%에서 1.8% 사이이며 최근 몇 달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금은 글로벌 현물 가격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 스프레드는 지난 한 주 동안 온스당 25달러에서 35달러로 9월 중순의 사상 최고치인 121달러에서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소의 5~15달러 범위를 웃돌고 있다.
중부 후난성에서 온 회사원 양 모씨(38)는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금융 투자는 너무 위험하며,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실망스럽다"며 금값 상승에 낙담하지 않았다. 그는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금은 경화와 같아서 현재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