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가운데, 역전한 독일과 뒤처진 일본 모두 자국 경제에 대한 뿌리깊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방 통계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2023년 GDP 통계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 GDP는 전년 대비 0.3% 감소해 코로나 펜데믹이던 202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명목 GDP는 6.3% 증가해 4조5006억 달러(약 4조1211억 유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명목 GDP로 측정한 독일의 경제규모가 일본을 앞서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일본 명목 GDP가 전년 대비 0.2% 감소한 4조2308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집계가 아직 정확히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차이가 나 독일의 세계 경제대국 3위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IMF는 2023년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2023년 독일의 명목 GDP가 일본을 제치고 독일이 세계 3번째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일본으로써는 1968년 이후 55년 만에 독일에 뒤처지는 ‘수모’다.
그러나 경제전문지 JB프레스는 ‘명목 GDP에서 일본을 앞지른 독일이 웃을 수 없는 이유’를 통해 양 국가가 모두 경제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과 뒷걸음질 한 일본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JB프레스는 독일이 유럽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거듭하며 GDP 3위 국가로 올라섰지만, 이것이 독일 경제에 있어서 밝은 전망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가장 먼저 GDP 성장률 수치에 대한 모순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독일 GDP 성장률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것은 가격 지수의 변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의 실질 GDP는 0.3%가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에 저성장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독일 경제 전반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로의 대미 달러 환율이 약 3%가량 하락해 미국 달러 명목 GDP 수치가 부풀려지면서 독일의 달러 명목 GDP가 다소 거품이 낀 채로 집계됐다. 실제로 독일은 유로 도입 이후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구가했지만, 인플레이션과 비용 증가, 에너지 가격 증가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일본은 엔화 약세로 인한 고민이 두드러진다. 2022년부터 진행된 엔화 약세가 2023년에도 이어져 미국 달러 명목 GDP를 축소시켰다. IMF가 예측한 일본의 실질 GDP는 2.0% 성장으로,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장, 물가, 환율이 마이너스 작용을 해 달러 명목 GDP가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환율과 경제성장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이 수치상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결국 마이너스 성장이 GDP 수치 성장으로 이어진 아이러니한 독일이나 플러스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뒷걸음 친 일본이나 모두 고민이 깊은 것이 사실이다.
양 국은 고민만큼 선결 과제도 명확하다.
독일은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에너지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인건비 급증, 비용 증가는 수출경쟁력을 꾸준히 하락시키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에 의한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인해 개인 소비, 주택 투자의 저하가 일어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주력이자 자랑인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 EV브랜드의 급성장으로 인해 추가적 기여가 미진할 수 있다는 것도 언급된다.
일본 또한 엔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고민이다. 엔저 장기화로 수출 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내수 기업들이 역대급 도산율로 쓰러져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츠치다 요스케 미츠비시 UFJ 리서치&컨설팅 조사부 부주임은 “독일의 미국 달러 표시 명목 GDP 성장은 역설적으로 독일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라며 “반면 일본은 뚜렷한 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긴축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양 국 모두 2024년 경제 고민이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