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건강 기능 놓고 2년간 법정 다툼
대학 연구 성과 가치 인정, 웨어러블 시장 협력 물꼬
대학 연구 성과 가치 인정, 웨어러블 시장 협력 물꼬

로이 페인 치안판사는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 법원에 제출된 명령에 따라 삼성, 미국 내 사업부, UConn, 뉴욕주립대(SUNY) 산하 리서치 재단, 그리고 우스터 폴리테크닉 대학교(Worcester Polytechnic Institute)에 합의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23일까지 기한을 늘려주는 공동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지난 4월, 삼성과 이들 대학교는 법원에 "원칙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알렸다.
◇ 소송의 쟁점과 배경
이 소송의 핵심 기술은 기천 교수가 개발한 생체 신호 측정과 분석 알고리즘이다. 기천 교수는 UConn, SUNY, WPI 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심박수, 심방세동 등 심장 관련 생리 신호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연구·개발했다. 이 기술은 몸에 착용하는 기기(스마트워치)에 들어 있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부정맥, 심방세동 등 이상 징후를 초기에 알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편, 지적재산권 교수 그룹은 삼성전자가 특허권자와 맺은 합의가 특허청 이의 신청을 막지 못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을 갤럭시 워치 3, 워치 4, 워치 5, 워치 액티브 2 등 스마트워치 제품군에 허락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학들은 삼성전자가 별도의 사용 허가 계약이나 기술료 지급 없이 자사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특허 기술을 썼다고 강조했다.
소송장에는 "삼성전자가 대학의 독창적인 생리 신호 감지 알고리즘을 무단으로 사용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판매되는 스마트워치에 적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 측은 "이 기술이 없었다면 삼성 스마트워치의 핵심 건강 모니터링 기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측은 2021년 기준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이 2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연 매출은 400억 달러(약 55조312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삼성전자가 해당 특허 기술로 얻은 이익에 알맞은 손해배상, 그리고 앞으로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특허 무효"와 "특허 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미국 특허청(USPTO)에 특허 무효 심판(IPR)도 청구했다. 삼성 측은 "특허 소유자와 맺은 기존 계약이 특허 무효 심판 청구를 막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고, 이에 대해 미국 내 지식재산권(특허) 교수진이 삼성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 합의의 내용과 의미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의 로이 페인 판사는 삼성전자, 삼성의 미국 내 계열사, UConn, SUNY 리서치 재단, WPI 등 모든 당사자에게 합의서 최종 확정 기한(5월 23일 금요일)을 정해주었다. 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일정 금액 일시불 지급(손해배상), 앞으로 해당 특허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 지급, 대학 측의 특허권 행사 제한(삼성 제품에 한정), 상호 소송 취하 및 추가 법적 분쟁 방지 조항 등이 예상된다.
이번 합의는 대학 연구진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대기업의 기술 상업화 과정에서 윤리적·법적 책임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학들은 공공 연구 성과의 정당한 보상과 인정을 받게 되며, 삼성전자는 장기적인 기술 사용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에서 대학과 기업 간 협력 및 기술 이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