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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실리콘밸리 AI 두뇌 전쟁... 오픈AI·구글·xAI, '천문학적 몸값' 슈퍼스타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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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실리콘밸리 AI 두뇌 전쟁... 오픈AI·구글·xAI, '천문학적 몸값' 슈퍼스타 확보 총력

챗GPT 등장 이후 AI 연구원 몸값 프로선수급...일반 기술자와 수십 배 격차
핵심 인재 이탈과 창업으로 경쟁 더욱 치열…'머니볼' 방식 인재 발굴까지 등장
최근 오픈AI의 복잡한 수학·과학 추론 AI 분야 혁신을 이끈 노엄 브라운 연구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오픈AI의 복잡한 수학·과학 추론 AI 분야 혁신을 이끈 노엄 브라운 연구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별 중의 별(슈퍼스타) 연구원' 확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챗GPT가 나온 2022년 말 이후, AI 연구원 영입 경쟁은 프로 운동선수 영입전만큼이나 뜨거워졌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체스 게임'에 빗댄다.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xAI 같은 대표 AI 연구소들은 '별 중의 별' AI 연구원을 확보하려고 전에 없던 보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연구소는 빠르게 최고 인재를 모으기 위해 수십억 원대 연봉과 특별 보너스를 내걸고 있으며, 연구원 한 명의 역량이 회사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전에도 기술 업계에서 최고 인재 유치 경쟁은 있었지만, AI 연구원 영입 경쟁은 프로 운동선수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여러 관계자가 입을 모은다.

사이버 보안 신생 기업(스타트업) 런시빌의 아리엘 허버트-보스 대표는 전 오픈AI 연구원이었다. 그는 "AI 연구소들은 채용을 체스 게임처럼 여긴다"며, "최대한 빨리 움직이려 하고, 마치 체스 말처럼 전문성과 상호 보완 역량을 갖춘 후보자에게 많은 돈을 기꺼이 준다. 그들은 '룩(rook)이 충분한가? 나이트(knight)는 충분한가?' 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아리엘 허버트-보스 대표는 자체 회사 설립 후 인재 경쟁에 뛰어들었다.

◇ AI 슈퍼스타 몸값, 상상 초월... 수백억대 연봉 시대


보상 수준은 일반 기술자와 견줘 큰 차이를 보인다. 오픈AI에서는 최상위 연구원들이 한 해 1000만 달러(약 138억 원) 넘는 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다른 회사로 옮기려 하거나 다른 회사에서 제안을 받으면, 회사는 200만 달러(약 27억6060만 원) 수준의 잔류 특별 보너스와 2000만 달러(약 276억 원) 이상의 주식 가치 인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는 1년만 더 일해도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최고 연구원에게 한 해 2000만 달러(약 276억 원) 보상 꾸러미와 AI 연구원 전용 특별 주식 지급, 그리고 일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권리 행사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등 파격 조건을 제시한다.

xAI의 경우 일론 머스크 대표가 직접 유망한 연구원에게 전화해 영입을 시도하는 등 최고경영진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이에 견줘 일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기술자의 평균 연봉은 28만1000달러(약 3억8778만 원), 주식은 26만1000달러(약 3억6018만 원)로, AI 분야 별 중의 별 연구원과는 수십 배 차이가 벌어진다.

◇ '1만 배 가치' 핵심 인재, 이들의 움직임이 AI 판도 바꾼다


AI 열풍의 중심에는 '1만 배' 가치를 지닌 인재로 불리는 아주 적은 수의 별 중의 별 연구원이 있다. 이들은 전체 AI 연구원 가운데 수십에서 수백 명에 지나지 않으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같은 핵심 기술 발전에 압도적으로 기여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말 자신의 트위터에 "10배의 기술자도 멋지지만, 저 1만 배의 기술자/연구원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쓰면서, AI 산업 최고 연구원들의 뛰어난 생산성을 에둘러 표현한 바 있다.

회사를 옮기거나 새로 차리는 핵심 인재들의 움직임 또한 인재 쟁탈전을 더욱 부채질한다.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미라 무라티는 2024년 가을 회사를 그만둔 뒤 AI 신생 기업 '싱킹 머신즈 랩'을 세워, 오픈AI와 딥마인드 등에서 60명 가까운 인재를 데려와 큰 규모의 팀을 꾸렸다. 애초 알려졌던 20명 영입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숫자다.

전 오픈AI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2025년 SSI(안전한 초지능 연구소)를 세우고 10억 달러(약 1조3802억 원) 투자를 끌어냈다. 그가 오픈AI를 떠나면서 다른 회사로 옮길까 고민한 오픈AI 연구원들에게는 거액의 보상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SSI와 오픈AI는 관련 내용 확인을 거절했지만, 업계에서는 SSI 합류 뜻을 내비친 일부 최고 오픈AI 연구원들에게 회사에 남으면 200만 달러(약 27억6040만 원)의 특별 보너스와 2000만 달러(약 276억 원) 이상의 지분 가치 증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 일레븐랩스 같은 다른 AI 기업들이 오픈AI 연구원 영입을 시도하자, 오픈AI는 이들에게 100만 달러(약 13억8020만 원)에서 200만 달러(약 27억6040만 원)의 특별 보너스를 주며 인력 유출을 막아섰다.

◇ 인재 확보 전략 다변화…연구 자율성·지원 환경도 핵심


인재 부족 때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인재 발굴 방안도 찾고 있다. AI 연구소들은 '머니볼' 방식의 자료 분석 기법을 써서 숨은 인재를 찾는다. 제키 데이터 같은 자료 분석 기업은 이론물리학, 양자컴퓨팅 같은 전통 분야 밖의 배경을 지닌 인재까지 찾아내 AI 연구팀의 다양성과 혁신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최고 연구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단순히 돈으로 받는 보상만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율성과 충분한 인력 그리고 전산 자원 지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다. 오픈AI의 복잡한 수학과 과학 추론 분야 AI 혁신을 이끈 연구원 가운데 한 명인 노엄 브라운은 2023년 일자리를 찾을 때 여러 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제안을 받았지만, 오픈AI를 고른 까닭에 대해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곳이 아니라,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연구에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해주는 곳(오픈AI)을 골랐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돈만 보면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연구 부사장 자리를 떠나 오픈AI에 합류한 세바스티앵 부벡은 "우리 팀에는 지금 우리가 보는 빠른 발전이 아니었다면 이 분야에 오지 않았을 뛰어난 수학자들이 있다"며, "지금 모든 분야의 인재들이 AI로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매우 똑똑하며,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