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국민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안지구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정착촌에 사는 유대인 주민들의 팔레스타인 공격 행위가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어서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서안지구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강력 대응에 나섰다.
美 이어 EU, 캐나다도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제재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난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캐나다와 유럽연합(EU)에서도 제재에 가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엔에 따르면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 기습공격을 감행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촉발된 이후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주민이 연루된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 행위가 500건에 달한 가운데 최소한 8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해 사건에 정착촌 주민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유대인 정착촌 주민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만 115명이 넘는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유대인 정착촌 주민의 폭력 행위를 계속 방치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은 물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서안지구로 번질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정착촌 주민에 대한 미국 입국 금지 조치와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및 금융계좌를 동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캐나다 정부도 서안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 사태와 관련해 “극단주의를 치닫는 문제의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밝혔고 유럽연합(EU)도 미국에 이어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문제는 팔레스타인의 자주권을 인정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국제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자주권을 인정해 온 미국이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의 건설을 애초부터 반대했으나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팔레스타인 영토인 서안지구에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지난 1967년 벌인 이른바 ‘중동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 지구 등을 점령한 뒤 가시화됐다. 그동안 꾸준히 확대된 결과 현재 45만명가량의 유대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정착촌 자체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 정착촌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인 영토 분쟁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전했다.
유대인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의 자주권을 인정하지 않아 온 이스라엘 정부의 ‘알박기’ 전략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안지구는 국제법에 따른 해석과 이스라엘의 입장이 정면으로 대립되고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불씨로 항상 존재해 왔다.
지난 1993년의 오슬로 평화협정에 기반한 국제법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지역이라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점령지에 불과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정착촌 확대는 불법으로 간주돼 왔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꾸준히 정착촌을 늘려왔다.
이 문제는 결국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추구했던 두 국가 해결론,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를 모두 인정하는 형태의 해법이 얼마나 실효적인가에 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등 일부 점령지를 반환해 팔레스타인의 국가 설립을 지원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포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압박에도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이스라엘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나 이스라엘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