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가 실제로 매출을 올린 국가에 세금 내야

미국과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오스트리아 등 5개국은 지난 2021년 10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디지털세가 도입될 때까지 일단 기존 세제를 유지하고, 추가 세제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었다.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세 부과를 2023년 말까지 유예하고, 미국도 5개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었다.
디지털세는 애플이나 아마존 등의 다국적 기업이 실제로 매출을 올린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려는 것이다. 디지털세는 매출을 다른 국가에서 올리고 세금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내던 다국적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지난해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파리에서 제15차 총회를 개최해 디지털세(필라1·2)에 대한 성명문에 합의했다. IF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대책(BEPS) 이행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체로 현재 143개국이 참여 중이다. IF는 오는 3월 30일까지 필라1 조문을 확정하고, 6월 30일에 서명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디지털세 합의안은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필라1)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2)으로 구성된다. 필라1으로 불리는 어마운트 A(Amount A)는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이 200억 유로(약 27조원), 통상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이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에 납부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다국적 기업이 매출을 얻는 국가라도 사업장 등 고정 시설이 없으면 과세할 수 없다. 필라2는 조세회피 수단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법인세 최저한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15%의 글로벌 최저 세율을 적용해 연간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해도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도록 한 것이다.
필라2는 원천지국 과세 규칙으로 회원국인 원천지국이 요청하면 규칙을 양자 조세조약에 반영하거나, 다자 협약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이행된다. 원천지국 과세 규칙은 이자·사용료 등 지급금이 수취국에서 9% 미만의 조정 명목세율로 과세할 때 소득을 지급하는 국가(원천지국)가 추가 세액을 징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으로 개발도상국에만 권리가 부여된다.
유럽 국가들은 페이스북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정부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 빅테크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 등 소비재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트럼프 정부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 5개국과 튀르키예 수입품 20억 달러 규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2021년 6월에 유럽 국가들에 대한 보복관세를 일단 유예하면서 이들 국가와 협상을 계속해 왔다. OECD와 G20은 디지털세 부과 시행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 이후로 최소 1년 이상 늦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2024년 초부터 디지털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