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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독일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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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독일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독일을 떠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밀레, 포르쉐 등 독일을 대표하는 전통 기업들조차 독일에서 사업하기 어려워지자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겹치자 2023년부터 해외로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023년 독일을 빠져나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9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784억 유로였다. 유럽이 4.2% 증가한 434억 유로, 아시아가 3.5% 증가한 116억 유로, 미국은 0.8% 감소한 182억 유로가 독일 밖으로 빠져나갔다. 특히 독일의 주력인 제조업 분야도 1.7% 증가한 270억 유로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34.5%, 서비스업이 29.8%, 정보통신업이 12.4%였다.

독일 기업들의 이탈은 독일 경제의 경쟁력 약화와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려움이 단기적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밀레는 가전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 침체와 비용 측면의 급격한 가격 인상 때문에 2026년까지 약 5억 유로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거의 모든 가정용 세탁기를 폴란드 소재 크사웨로프의 공장으로 이전해서 생산하려고 한다. 독일 생산시설인 귀터슬로 공장에서 700개의 일자리를 점진적으로 없앨 예정이며, 독일은 연구개발 및 고부가가치 생산에 집중하려고 한다.

포르쉐도 독일 내 배터리 공장 설립을 보류하고, 북미에 약 20억 유로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독일 정부의 지원 금액이 북미보다 50%나 적다고 판단해서 투자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두 기업의 해외 진출 계획은 유리한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생산시설과 노동단가가 저렴한 것으로 투자를 이전하고, 연구개발·디자인·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활동은 독일에서 유지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두 기업 모두 독일 정부의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크다.
이런 가운데 분데스방크는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에너지 부족과 가격 상승, 해외 수요 감소와 유럽중앙은행 금리 인상, 산업구조의 경쟁력 하락 등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독일의 경제 모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 은행은 독일 경제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독일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를 보여준다.

독일 기업들의 해외 진출 증가는 독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자리 감소, 세금 감소, 기술 유출, 경제성장 둔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독일의회에 게양된 독일 국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회에 게양된 독일 국기. 사진=로이터

일자리 감소는 독일 노동시장과 사회안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면, 독일 내에 일자리가 줄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소득이 감소하고, 빈곤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안정과 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은 이미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기업 이탈은 이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세수 감소도 독일 재정과 공공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이 해외로 옮기면, 각종 세금과 소득세 등의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 여력이 줄어들어 적자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인프라·교육·보건·환경 등 공공 투자를 축소하거나, 세금을 인상하거나, 부채가 증가하는 등의 대책을 강요한다.

기술 유출은 산업과 혁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이 해외로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활동을 옮기면, 기술과 인재가 유출되고, 지식재산권이 침해되고,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독일의 경쟁력과 미래 성장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독일은 이미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중국·일본 등의 경쟁국에 밀리고 있으며, 기업들의 이탈은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경제성장 둔화는 독일의 국가 부와 국제적 지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이 해외로 투자를 확대하면, 독일 내에서는 투자가 감소하고,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국민소득을 감소시키고, 독일의 국가 부와 국제적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023년 독일 경제 규모가 약 4.3조 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구 구조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기술 발전, 정치적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2030년 경제 규모는 약 4.8조 달러로 예상(세계 4위)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높은 물가와 인플레이션, 인구 구조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기술 발전, 정치적 불안정 등 그 영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독일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이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기업의 이탈을 막기 위해 투자 환경 개선,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등의 노력이 당장 필요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