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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30년까지 첨단 칩 생산의 20% 점유 목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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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30년까지 첨단 칩 생산의 20% 점유 목표 제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이 AI 붐 속에 첨단 로직 반도체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민간 차원의 막대한 기술 투자와 개발에 이어 미국 정부가 이를 직접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030년까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로직 칩의 5분의 1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27일(현지시간) 닛케이가 보도했다.
러몬도 장관은 전략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보호하고, AI와 같은 첨단 기술 발전을 주도하기 위한 목표를 제시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장치 제조에 대한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포함한 2022년 칩법이 이런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현재 중국이 큰 점유율을 차지한 성숙 공정 칩의 생산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390억 달러 중 280억 달러는 첨단 칩 생산에 투자될 예정이라면서, 3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앞서 새로운 보조금 지원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첨단 로직 칩 생산 목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은 미국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보조금 수혜자 기업의 하나로 거론된다. 그녀는 국무부가 “첨단 기업에서만 700억 달러 이상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함을 드러냈다.

로직 반도체 시장 현황과 점유율


로직 칩은 CPU나 GPU와 같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로, 첨단 로직 반도체는 5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으로 제조되며, 스마트폰, AI, 고성능 컴퓨팅 등에 사용된다. 산업 고도화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첨단 로직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약 12%, 대만이 약 54%(TSMC 포함), 한국이 약 18%(삼성전자 포함)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첨단 로직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약 10%였지만, 2023년에 2%포인트가 증가했다. 인텔 등이 주요 팹 제조사로 투자를 늘리는 데다, 미국 정부 투자 확대로 시장 점유율 증가가 예상된다.

대만은 세계 첨단 로직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의 생산 국가다. TSMC는 세계 고급 칩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첨단 로직 칩 점유율을 높인다면, 향후 AI 붐 등으로 시장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은 어려울 수 있다.

한편, 한국은 삼성전자가 세계 2위 규모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업체로, 2022년부터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 1위 역량을 갖추려고 한다.

미국의 반도체 굴기가 초래하는 변화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기술력 기반으로 첨단 로직 칩의 공급망을 확보해 안보를 확보하려고 한다. 특히, 미국은 AI 같은 첨단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미국의 반도체 굴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527억달러(약 70조4000억원) 규모의 반도체법에 서명하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 갈등을 극복하고, 세계 반도체 산업의 표준을 설정하고, 미국의 기술과 시장을 보호하고, 다른 국가들의 접근도 제한하려고 한다.

이런 미국의 반도체 굴기는 글로벌 반도체 팹(공장)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반도체 팹 투자가 세게 곳곳에서 이뤄졌다. 우선 미국은 첨단 공정 위주의 반도체 팹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10나노 이하 반도체 공장이 없다는 데 위기감을 갖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했다. 삼성전자와 TSMC를 불러들여 생태계 공백을 메우는 한편, 미국 기업 육성을 통해 반도체 종주국 위상을 되찾으려고 했다.

미국의 투자에 자극을 받아 다른 나라들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지원안을 내놓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굴기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중복과 과잉 생산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 산업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첨단 칩 개발과 투자 확대는 반도체 산업에 필요 인력이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이므로, 인력 양성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며, 또한 제조에 필요 원자재나 장비를 수입하는 데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배력을 강화는 다른 국가들과의 갈등이나 무역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중국과 같은 경쟁 상대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한국 기회가 될 수도


미국이 반도체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확보하려면,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술 강국과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 반도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로직 첨단 칩 강화와 성숙 공정 투자 확대에 한국은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동 투자나 협력을 통해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를 공급하고, 수익을 창출할 기회도 엿보아야 한다.

첨단 로직 칩 설계와 제조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므로 미국 반도체 산업의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개발해야 한다.

또한, 향후 시장이 커지더라도 결국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런 변화에 대응해 미국 반도체 산업의 표준이나 규제에 적응하고, 고품질을 유지하며, 차별화도 더 강화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