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간) 닛케이아시아는 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조치보다 안보를 우선시한 시진핑 정부 지침이 우선시돼 향후 중국 경제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중국 전문 리서치기업 에노도 이코노믹스의 창립자 겸 수석 경제학자 다이애나 초이레바는 닛케이를 통해 “시 주석에게 안보는 권위주의 정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 불안에 대한 엄격한 통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가 말하는 ‘안보’는 금융·경제 및 사회기반시설 안보를 모두 망라하며, 이는 중국 정부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중심적 위치와 공산당의 권력 장악을 보장해 주기를 바라는 개념적 패키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 주석의 안보관에 따른 금융 및 경제 부문의 발전은 근본적으로 ‘중국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는 지난 40여 년의 경제 호황을 이끈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자본의 흐름이 아닌 냉전 시대의 폐쇄된 경제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안보 위주 경제관과 이를 밀어붙인 중국 정부의 행보는 오히려 역동적인 민간 부문의 자본 흐름을 차단하고 해외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켜 중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금융 당국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자 중국 당국은 대대적인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섰다. 2021년 알리바바에 182억 위안(약 3조4000억원)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했고,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꼽히던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2022년 7월에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이 사이버 보안법을 위반했다며 80억2600만 위안(약 1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통제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신규 투자 및 사업 전개를 위축시켜 중국 경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사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측 기업들도 갈수록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을 떠나기 시작했고, 해외 투자자들도 중국 투자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4월 통과된 ‘간첩방지법’이 중국 내 외국인들의 활동을 더욱 압박하면서 해외 기업 및 투자자들의 이탈도 더욱 가속되는 추세다.
하지만 2월 말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채택하고 이번 전인대에 상정될 예정인 ‘국가기밀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등을 통한 중국 자본의 유출 등을 막기 위해 국가 기밀의 범위를 더욱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공산당과 정부가 결정하면 자국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에 대한 간섭 범위를 더욱 확대한다는 의미다.
결국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안보’ 중심 정책은 리창 총리의 말과 달리, 자신들의 손으로 해외 기업들의 중국 내 진출 및 투자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를 스스로 포기하는 꼴인 셈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