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 측은 이날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준수해야 하지만, 국가 안보, 국민 보건, 선거 등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에 관해 거짓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면 정부가 소셜미디어 기업과 접촉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일리나 케이건, 보수 성향의 브렛 카바노 대법관 등은 모두 정부가 거짓 정보 확산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모든 연방정부 기관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에 동조했다고 WP가 전했다.
미 정부 기관은 아동 성 학대, 인신매매와 같은 범죄 활동에 연관된 해로운 콘텐츠에 대응하고, 테러리스트 그룹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오랫동안 접촉해 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소셜미디어에 마스크 착용 무용론, 백신 접종 유해론 등이 퍼져 나갔다. 트위터·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담긴 게시물을 대거 삭제하거나 관련 계정을 정지시켰다. 공화당 측은 테크 기업들이 ‘검열 공화국’을 만들고 있다며 소송전에 나섰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다수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특정 게시물이나 계정을 삭제하는 데 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 대법원은 지난 2021년 소셜미디어가 특정 정치 게시물이나 계정을 삭제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의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결하기 위한 변론을 진행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대법관의 다수가 주 정부의 SNS 게시물 개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현 X) 등 주요 소셜미디어는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회 난입 사건이 발생한 뒤 선동적인 게시물이 연속해서 올라오고, 특정 계정이 이런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올리자, 이를 차단하거나 삭제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는 이에 따라 SNS가 마음대로 콘텐츠를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거대 소셜미디어는 지금까지 어떤 콘텐츠를 노출하고 삭제·차단할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 업체는 사용자가 명예훼손이나 극단주의 주장 등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때도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