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속보] 일본은행 금리인상 "17년만의 피벗"

공유
5

[속보] 일본은행 금리인상 "17년만의 피벗"

… 뉴욕증시 비트코인 "엔-캐리 자금 대이동 공포"

일본 엔화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19일 이틀간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2016년 2월 이후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고 기준금리를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최근까지도 마이너스 0.1% 단기 정책금리를 적용해왔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한이후 17년 동안 계속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보도에 뉴욕증시와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엔-캐리 자금 대이동 공포"가 제기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이 시각 약세 기조이다. 이 신문은 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뿐 아니라 장단기 금리조작(수익률곡선통제, YCC)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중단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일본경제가 디플레에서 빠져나와 인플레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해제 결정에는 올해 춘투 즉 노사 임금협상의 결과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올 춘투에서 정해진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5.28%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고 전문가 예상보다 높았다. 조합원 수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도 4.42%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경제신문은또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7개월 후 2016년 9월 시작한 YCC도 폐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CC란 장기금리 유도 목표를 '0% 정도'로 설정하고 금리를 그 범위 내로 억제하기 위해 국채를 대량 매입했던 정책이다.YCC 폐지 이후에도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은 계속하지만 시장 흐름에 반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틀은 없앤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장기금리 유도 목표와 1%로 설정한 상한선을 없애고 시장 흐름에 맞춰 금리 변동을 용인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종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전망했다. ETF와 REIT 매입은 2010년에 시작한 정책으로 2013년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가 내세운 양적완화 일환으로 ETF 매입이 증가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ETF의 장부가는 약 37조 엔으로, 주가 상승을 배경으로 미수차익은 현재 30조 엔 규모로 불어나고 있다. REIT는 2022년 6월(12억엔)을 마지막으로 매입을 보류해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변경하려면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물가 상승률을 2%로 안정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대해 "실현할 확실성이 계속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이날 평균 임금 인상률이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피벗 보도이후 도쿄 증시는 5거래일 중 나흘은 하락 마감하는 등 약세 흐름을 보였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15일 38,707로 장을 마쳐 전 주말보다 2.5%가량 떨어졌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변경하려면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물가는 이미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를 넘어선 상황이다. 2023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올해 임금 협상 결과가 중요한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일본은행은 거품 경제가 무너지면서 자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빠지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마이너스 금리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면서 국채 시장 금리를 직접 통제하는 수익률곡선 제어(YCC), 사실상 중앙은행이 자국 기업 주식을 사들여 증시를 떠받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이 대표적 금융완화 정책이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수정 때에는 ETF의 매입도 중단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지난 2010년 도입됐다. 한때는 연간 6조엔(약 54조원) 규모로 매입했다. 일본은행이 작년 9월 집계한 보유 ETF의 시가는 60조6천955억엔(약 543조원)으로, 장부가(37조1천160억엔) 대비 평가이익이 23조5천794억엔(약 211조원)이었다.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2월 말 기준 일본은행 보유 ETF의 시가가 약 71조엔(약 635조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주요 공적연금을 관리·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보유한 일본 주식보다 일본은행이 ETF를 통해 보유한 주식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미세 조정을 해왔다. 재작년 12월 금리 변동폭 상한을 종전 0.25%에서 0.5%로 올렸고, 작년 7월에는 사실상 0.5%에서 1%로 상향 조정했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노조의 대폭적인 임금 인상 요구를 속속 수용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례 없는 통화 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온 것이다. 도요타는 이날 1999년 이후 지난 25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온 노조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요타 노조는 월 급여 최대 2만8천440엔(25만3천원) 인상과 사상 최대 규모의 보너스 지급을 요구해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부는 재계 지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을 거듭 요구해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생활용품 가격 인상으로 일본의 가계들은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닛산도 월 평균 임금을 1만8천엔(16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현행 임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혼다와 마쓰다는 지난달 이미 임금을 전년도보다 더 올려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혼다는 노조 요구보다 높은 5.6%를 올려주면서 1990년의 6.2%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마쓰다도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6.8%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제철도 이날 기본급을 노조가 요구한 5천엔(4만5천원)을 초과해 월 3만5천엔(31만2천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도 기본급 인상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해 월 1만3천엔(11만6천원)에서 1만8천엔 사이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일본으행이 금리가 오르더라도 일본인들이 해외의 자산을 대량 매각해 자국으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 마켓팀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등을 통해 독자 273명을 대상으로 일본 금리 영향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약 40% 정도가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4조4천3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일본의 금리정책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며 미국이나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 등에 자금을 투자해왔다.

일본의 금리정책 변화가 예측되는 중에도 일본 투자자들은 2023년에 18조9천억엔 규모의 해외 채권을 사들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두 달 동안 3조5천억 엔어치의 해외 채권을 더 사들였다. 해외 채권 매수세는 요즘 더 강해졌다. 설문 참가자들은 또한 일본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응답자 중 45%는 일본 주식이 구조적으로 저렴하다고 답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