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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원 PCE 물가 "2.8%" … FOMC 금리인하 " 서두르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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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원 PCE 물가 "2.8%" … FOMC 금리인하 " 서두르지 않을 것"

근원 PCE 물가 = 전년대비 2.8% 전월대비 0.4% / 헤드라인 PCE= 전년대비 2.4% 전월대비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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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E 물가
미국 연준 FOMC가 금리인하 등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는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가 발표됐다.

29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월 근원 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4% 각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댑대비 2.4%올랐다. 1월보다는 상승폭이 조금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EMBARGOED UNTIL RELEASE AT 8:30 a.m. EDT, Friday, March 29, 2024
Personal Income and Outlays, February 2024

Personal income increased $66.5 billion (0.3 percent at a monthly rate) in February, according to estimates released today by the Bureau of Economic Analysis (tables 2 and 3). Disposable personal income (DPI), personal income less personal current taxes, increased $50.3 billion (0.2 percent) and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CE) increased $145.5 billion (0.8 percent).

The PCE price index increased 0.3 percent. Excluding food and energy, the PCE price index increased 0.3 percent (table 5). Real DPI decreased 0.1 percent in February and real PCE increased 0.4 percent; goods increased 0.1 percent and services increased 0.6 percent (tables 3 and 4).

앞서 미국 상무부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전월과 비교해서는 0.3%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4% 각각 상승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연준은 3월 FOMC 이후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4%, 근원 PCE가 2.6%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6월보다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주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안팎에서 나와 주목된다. 연준 대표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최근 볼티모어항 중단이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져 금리 인하가 미뤄질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월러 이사는 27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아직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실망스럽다"며 금리 인하에 앞서 "적어도 몇 달간 보다 나은 지표를 보고 싶다"고 전했다. 월러 이사는 "최근 데이터에 대응하려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인하 시기를 미루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성장과 노동시장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는 데 비해 인플레이션 둔화와 관련된 진전은 느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진전이 구체화될 때까지 인하 조치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서두르지 않는다(no rush)'는 표현을 네 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2% 목표 경로를 유지하려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현재의 제한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0.04%포인트 올랐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6월 기준금리 인하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인하 가능성이 60.7%로 동결(36%)보다 유력하다. 앞서 연준은 지난주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릴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위원 19명 중 9명은 두 차례, 1명은 한 차례 인하를 전망했다.

블룸버그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이날 볼티모어항 교량 붕괴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6월에서 9월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애너 웡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볼티모어항이 빨리 재개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화물비용 증가에 따라 올해 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25%포인트 더 오르고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3%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경제학자는 "계속해서 이런 데이터가 나타나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는 잠정치(3.2%)와 전망치(3.2%)보다 소폭 높은 3.4%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PCE는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개인소비지출이다. 개인소비지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물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PCE지수는 상무부에서 조사한다. 반면 미국 CPI는 노동통계국에서 조사해 매월 10~14일께 발표한다. CPI는 도시 소비자가 지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조사한다. 대상 품목은 그전의 실제 소비자 지출 비중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변경한다. 반면 PCE는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에서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발표한다.

CPI와 PCE의 가장 큰 차이는 품목별 가중치다. CPI는 과거 도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그 비중에 따라 품목별 가중치를 정한다. 이에 반해 PCE는 과거 패턴과 상관없이 새로 지출한 금액의 실제 사용 가중치를 반영한다. 예를 들면 쌀값이 올라 소비자들이 쌀 대신 가격이 떨어진 라면으로 모두 소비를 전환했다고 할 때 CPI는 기존 가중치대로 쌀값을 물가지수에 반영하지만, PCE는 쌀값을 가격에 아예 반영하지 않는다. 실제 지출한 라면값으로 물가를 구하는 것이다. 품목별 가격 급변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량 변화를 PCE는 가중치에 바로 반영한다. 연준이 CPI보다 PCE를 더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CE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순간 대응까지 물가지수에 반영한다. 그만큼 실제 물가에 더 가까울 수 있다.

CPI와 PCE의 둘째 차이는 조사의 기준이다. CPI는 '소비자'가 지출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반면 PCE는 '개인'을 위해 지출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가 '개인(자기 자신)'을 위해 지출하므로 거의 유사한 개념이지만 여기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병원 진료 후 진료비가 100이어서 '환자(소비자)'는 10을 지불하고, 의료보험공단에서 90을 지불한 경우다. 소비자물가지수인 CPI는 소비자가 지출한 10의 증감을 대상으로 한다. 개인소비지출인 PCE는 개인을 위해 지출된 비용 100을 대상으로 물가를 측정한다. 만약 보험의 보장비율이 변경돼 10:90이 20:80이 됐다면 CPI는 2배로 오르지만 PCE는 변동이 없다. 진료비가 2배로 올라 200이 됐으나 의료보험공단에서 190을 감당하기로 했다면 CPI는 변동이 없는 반면 PCE는 2배로 오른다. PCE는 CPI와 달리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민간 비영리단체가 소비하는 물품 가격도 포함해 범위가 넓다. 또 다른 차이는 정부나 기업의 '간접비용' 포함 여부다. 간접비용은 고용주가 대신 지불하는 직원(소비자)의 의료보험 등으로 개인이 직접 지출하지는 않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지출되는 비용인 만큼 PCE 항목에 들어간다.

PCE 지수는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을 매번 조사해야 하는 관계로 CPI보다 훨씬 늦게 발표된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조사의 번거로움과 시차 때문에 아예 PCE 물가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준 FOMC의 금리정책이 한국은행보다 더 정교한 셈이다. 올 들어 미국의 물가지수는 CPI보다 PCE의 오름세가 더 두드러진다. 미국 연준 FOMC의 금리인하가 계속 늦어지는 이유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꾸려가는 이른바 바이든 경제팀의 수장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다. 인플레법과 반도체 칩스법 등의 산업정책은 물론 재정·금융 정책 등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는 재닛 옐런의 작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부터 재닛 옐런을 경제팀장으로 꼽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제칠 때까지만 해도 경제정책과 관련해 바이든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인물은 단연 래리 서머스였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으로 미국 경제의 부활을 주도해온 인물이 바로 래리 서머스다. 서머스는 이후 하버드대 총장까지 거친 거물이다. 서머스는 아주 자연스럽게 바이든 정부의 첫 재무장관 물망에 올랐다.

서머스의 성차별 발언이 막판에 발목을 잡았다. 하버드대 총장이던 서머스는 한 인터뷰에서 2006년 여성 인재가 적은 이유를 묻는 말에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성별에서 오는 차이가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학업 성적을 보이는 여성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 발언은 하버드에서 성차별과 여성 모욕 논쟁을 낳았다. 서머스는 그 발언에 책임을 지고 하버드대 총장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바이든이 2001년 내각을 구성할 때 당시 발언이 다시 한번 회자되면서 서머스는 최종 단계에서 결국 낙마했다. 서머스의 대안으로 발탁된 인물이 바로 지금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이다.

성차별 발언으로 재무장관 후보에서 밀려났지만 바이든의 서머스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미국 경제학계에서 영향력도 대단하다. 지금 살아있는 경제학자 중에서 단연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경제학자로는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약관 28세에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가 됐다. 40세 이하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클라크 메달을 38세에 받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는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하버드대 총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바로 이때 부통령이 바이든이었다.

래리 서머스는 1954년 유대인 경제학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 어머니는 와튼스쿨 경제학 교수였다. 최고 경제학자의 DNA를 갖고 태어난 셈이다. 부모뿐만 아니다. 삼촌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MIT대 교수였던 폴 새뮤얼슨이다. 외삼촌 역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스탠퍼드대 교수였다. 서머스는 어렸을 때부터 식탁에서 친척들의 열띤 경제학 토론을 지켜보며 자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하버드대 박사 과정 지도교수가 바로 서머스다. 서머스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세계은행 수석 분석관과 재무부 차관, 부장관을 거쳐 장관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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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경제석학인 서머스가 느닷없이 제롬 파월 연준 FOMC 의장을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서머스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건전한 상태를 고려할 때 연준의 행보가 당황스럽다며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 느낌이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바로 그 전날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수치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머스는 파월의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연준의 중립 정책 금리에 대한 이해에 결함이 있다"고 성토했다. 통화정책의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머스는 이전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며 연준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준의 장기 금리 전망치가 2.5%에서 2.6%로 소폭 조정됐음에도 서머스는 여전히 4%에 가까운 장기 중립 금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머스는 2021년 6월에도 연준 FOMC를 비판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통화 살포로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서머스는 당시 연준 판단이 틀렸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쌓인 국민들의 초과 저축이 곧 바닥을 보이면서 경제가 순식간에 급락하는 ‘에어포켓’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서머스의 예언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만약 당시에 파월이 서머스의 충고를 바로 받아들였다면 그 이후의 물가 폭등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국제통화기금(IMF)·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도 성급한 피벗(정책 전환)을 경계하고 나섰다. IMF는 최근 발표한 ‘백 번의 인플레이션 충격: 7가지 정형화된 사실(One Hundred Inflation Shocks: Seven Stylized Facts)’에서 1970년 이후 주요 56개국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가운데 5년 이내에 해결된 사례는 10건 중 6건에 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물가 잡기에 실패한 대부분은 ‘성급한 승리 선언(premature celebration)’ 때문이라는 사실도 찾아냈다. 중앙은행들 입장에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더라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머스는 파월 의장이 1970년대의 아서 번즈 의장 때처럼 물가 반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72년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듬해부터 상승 속도가 빨라지더니 1974년 마지막 달에 12.3%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은 아서 번즈였다. 그는 물가를 잡는다며 기준금리를 13%까지 높였다. 번즈는 그러나 디스인플레이션이 제대로 확인되기도 전에 성급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통화정책이 굴복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후 미국 물가는 다시 치솟았고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번즈는 1970~1978년 연준 의장을 지냈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막대한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금값이 1온스당 35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치솟자 급기야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게 된다. 1차 오일쇼크까지 겹치자 1974년 말 인플레이션은 12%를 넘어서게 됐다.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로 인한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거세지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1975년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임금과 물가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1976년 물가는 다시 폭등하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 6월 FOMC에서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금리인하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문제는 거시경제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다시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래리 서머스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