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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테슬라, 미·중 이어 유럽·중동서도 가격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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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테슬라, 미·중 이어 유럽·중동서도 가격 인하

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대표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일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테슬라가 미국에 이어 중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자사 전기차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판매가 둔화하며 재고가 늘고 있는데다,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산 전기차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가격 전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1분기 출하량이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언급한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날 머스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생산과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테슬라 가격도 자주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공식 사이트 기준으로 중국에서는 모델3 가격의 시작 가격을 기존 대비 1만4000위안(약 266만원) 낮은 23만1900위안(약 4418만원)으로 인하했다. 모델Y, 모델S, 모델X 등의 시작 가격도 1만4000위안씩 인하했다.

독일에서도 지난 2월부터 4만2990유로(약 6334만원)에 판매를 시작한 모델3 후륜구동 모델의 가격을 2000유로 낮춘 4만990유로(약 6039만원)로 인하했다.

지난 19일에는 미국에서 모델Y, 모델X, 모델S 차량 판매가를 각각 2000달러씩 내렸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완전자율주행(FSD) 운전자 보조 소프트웨어 가격을 기존 1만2000달러에서 8000달러로 대폭 할인했다. 테슬라 대변인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가격 인하가 진행됐다.

테슬라 부진의 이유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선 미국의 경우,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전기차 구매 시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 대출을 낀 고가 전기차 구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수요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에 밀리고 있다. 대표 주자인 비야디의 주력 전기차 가격은 테슬라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그만큼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테슬라 전기차의 판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비록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지만, 테슬라가 그에 따른 상대적 혜택을 누리기도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러한 판매 부진은 세계 각지에서 전기차 재고를 늘리면서 테슬라에 그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강요하는데다, 자금 회수가 더뎌지면서 오래된 구형 모델들을 대체할 신모델 개발에 투자할 여력마저 감소하는 등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 인하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재고를 줄이는 것 외에 별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미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에만 주가가 40% 이상 급락했다. 23일 공개될 1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서는 주가 하락이 더욱 가속될 수도 있다.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