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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3파전, 올해 하반기 ‘2라운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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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3파전, 올해 하반기 ‘2라운드’ 시작된다

펫 겔싱어 인텔 CEO가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자사의 AI칩 '가우디'시리즈를 탑재한 혐력사들의 서버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인텔이미지 확대보기
펫 겔싱어 인텔 CEO가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자사의 AI칩 '가우디'시리즈를 탑재한 혐력사들의 서버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인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가 유례없는 인공지능(AI) 격전장으로 변모했다. AI 반도체 선도주자인 엔비디아는 물론, 이에 도전하는 AMD와 인텔 등이 잇달아 차세대 AI 칩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AI 칩 시장에 새로운 3파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컴퓨텍스 2024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차차세대 AI 칩인 코드명 ‘루빈(Rubin)’을 언급했다. 내년 말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 정식 출시 예정인 루빈을 벌써 공개한 이유는 AMD와 인텔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고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서다.
루빈은 TSMC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사용해 제조되는 것과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를 채택하는 것 외에 현재 구체적인 정보가 거의 없다.

따라서 엔비디아의 실제 차세대 주력 AI 칩은 지난 3월 발표하고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블랙웰’ 기반 ‘B200’ 칩이다. 4나노 공정으로 제조하고 5세대 HBM3E 메모리를 탑재하는 B200은 2개의 코어를 이어 붙인 ‘듀얼 칩’ 구조를 채택해 기존 주력 모델인 ‘호퍼’ 기반 H100 칩보다 4배 더 많은 메모리 용량과 1280억 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바탕으로 약 5배 향상된 AI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지난 3월 엔비디아 발표에 따르면 블랙웰 기반 B200 칩의 가격은 개당 3만~4만 달러선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공급 물량이나 주요 구매 고객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의 연구개발용으로 쓰기 위해 내년까지 30만 개의 B200 칩을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의 발표 직후, AMD 리사 수 CEO 역시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자사의 새로운 AI 칩 ‘MI325X’를 공개했다. 당초 로드맵에는 없는 제품이지만, 전문가들은 차세대 AI 칩 개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엔비디아에 대응하기 위해 AMD가 준비한 제품으로 보고 있다.

MI325X는 AMD가 올해 초부터 공급을 시작한 ‘MI300’ 시리즈를 강화한 제품이다. 코어 아키텍처는 동일하지만, 사용하는 메모리가 HBM3(4세대)에서 더욱 빠른 HBM3E(5세대)로 업그레이드되고, 메모리 용량도 약 2배 늘어난 최대 288GB(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AMD는 사양과 성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MI325X를 통해 엔비디아 B200에 정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식 출시도 B200과 같은 올해 4분기로 예상된다. 리사 수 CEO도 “MI325X는 블랙웰 B200보다 1.5배 많은 메모리 용량과 1.2배 빠른 AI 성능을 제공한다”라며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인텔 역시 이번 컴퓨텍스에서 자사의 새로운 AI칩 ‘가우디3’를 선보였다. 다만 엔비디아와 정면 대결에 나선 AMD와 달리, 인텔은 ‘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운 점이 다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가우디3이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인 H100보다 전력 효율은 약 2배에 달하고, AI 처리성능도 약 1.5배 더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쟁사와 달리 납기 지연도 거의 없어 비슷한 성능의 AI 데이터센터를 약 절반 수준의 비용과 훨씬 빠른 시간 내에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텔의 이러한 가성비 전략은 차세대 첨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으로 엔비디아 AI 칩 구매가 어려운 기업들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엔비디아 H100 제품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일부 판매점에서는 웃돈까지 붙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여기에 인텔은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데이터센터용 CPU 등과 조합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의 가우디 시리즈 AI 칩 주요 고객사는 밝혀진 바 없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인텔과 협력 중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