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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남아공, 세계 첫 '보편적 기본소득제' 도입 국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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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남아공, 세계 첫 '보편적 기본소득제' 도입 국가 되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사진=로이터

‘아프리카의 맹주’로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총선에서 인종차별 정책을 종식시킨 주역으로 지난 30년 간 집권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ANC의 장기 단독 집권 체제가 마침표를 찍으면서 남아공이 새로운 정치적 여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와는 별개로 ANC가 빈부격차를 획기적으로 해소하는데 목표를 둔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남아공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일부 국가에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도입된 사례는 거의 없는 복지제도다.

특히 남아공은 실업률이 30%를 웃도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 가운데 한 곳이란 점에서 더 시선을 모으고 있다. ANC가 추진하고 나선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향후 실제로 도입될 경우 남아공은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제 도입 국가로 기록된다.

◇ 남아공 집권당 ANC “보편적 기본소득제 도입 본격 추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ANC는 총선 직전인 지난달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앞으로 2년 안에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ANC는 요하네스버그대학교가 앞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요하네스버그대에 따르면 남아공 국민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의 과반이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ANC는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연정 구성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는데 연정 구성에 관한 협상을 벌이면서 보편적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꾸릴 연정에 참여할 제 정당들이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새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띄우자는 얘기다.

◇ 코로나 사태 때 도입한 빈곤층 대상 ‘사회구제기금’→전 국민 대상 기본소득제로 확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ANC가 제시한 방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당시 빈곤선 이하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 구제대책으로 도입한 ‘사회구제기금(SRD)’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보편적 기본소득제로 완성시키는 방안이다.

이 긴급 대책은 남아공 정부가 지난 2022년 4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공식 선언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일회성 정책으로 그치지 않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로 승화시키자는 것이 ANC의 구상이다.

ANC는 “기존 복지제도를 없애고 보편적 기본소득제로 대체하는 방향보다는 기존 복지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아공에서 기본소득제 논의가 이번에 처음 표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남아공 정부 산하의 태스크포스가 7세부터 65세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매달 100랜드(약 7300원)를 지급하는 제한적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보호단체, 교회, 에이즈 활동가, 노동조합 등은 이 제안에 지지를 보냈으나 정작 당시 남아공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아 도입은 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21년 부패 혐의를 받던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수감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겹치면서 대규모 폭동 사태가 벌어지자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일자리가 없어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월 350랜드(약 2만5000원)씩 한시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지급한 사례도 남아공에서 기본소득제 논의가 시작된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 IMF “재분배 정책 일환으로 기본소득제 도입 검토해볼 만”


기본소득제는 18세기 미국 작가이자 국제적 혁명이론가로 이름을 날린 토머스 페인이 지난 1795년 펴낸 소책자 ‘토지 분배 정의’에서 처음 주창한 이래 200년 넘게 이런저런 형태로 거론돼온 정책 제안이다.

논의 초기에는 급진적인 주장으로 치부됐으나 근년 들어서는 복지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7년 펴낸 재정점검보고서에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33%를 전세계 모든 성인 또는 빈곤선 이하 소득계층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 파괴를 막는 데 기여해 세계 GDP가 39~130% 성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온라인 오픈 엑세스 과학 저널인 ‘셀 리포트 지속가능성(Cell Reports Sustainability)’에 게재한 논문에서 “세계 186개국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의 경제적 효과에 관해 연구한 결과 “기본소득으로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4~7달러의 경제 효과가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