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 기대감…재정 건전성·인플레이션은 과제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영국 총선에서 중도 좌파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예측 가능한 정책과 유럽연합(EU)과의 무역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회복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반면, 프랑스는 부채 문제와 의회 교착 상태로 인해 유로존 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시장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영국 경제는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당 정부가 안정적인 정책을 추진하여 그동안 침체되었던 영국 증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투자 연구소는 최근 영국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영국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글로벌 투자 기관들의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영국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가 과감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면, 영국의 '안전지대'로서의 매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루이스 CIO는 프랑스의 정치적 위험 때문에 유럽 기업 채권을 일부 매각하고 영국 채권을 매수했지만, 이러한 투자 전략을 6개월 이상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보 제공업체 리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총선 이후에도 영국 주식 펀드와 주식 시장 추적 지수에서 자금을 계속 인출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런던 증시에는 쉬인(Shein)과 드비어스(De Beers) 등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예정되어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에 영국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금융 당국은 IPO를 장려하기 위해 상장 규칙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대형 투자자들도 점차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살만 아메드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멀티 자산 책임자는 노동당이 EU와의 무역 관계를 재건하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면 영국 시장이 선순환 구조에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델리티는 현재 영국 시장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펀드는 영국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취약한 공공 재정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요인이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달하고,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정책 실패로 인한 시장 혼란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사회기반시설 및 주택 투자를 통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지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제임스 에이시 영국 투자 그룹 말버러의 채권 매니저는 영국 국채가 단기적으로는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지지를 받겠지만, 노동당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지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영국은 채권 시장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크 다우딩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CIO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한 영국 자산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런던 FTSE-100 지수가 이번 달 미국 증시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것도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다.
데니스 호세 BNP 파리바의 주식 전략 책임자는 "영국의 위험 대비 수익률은 매우 매력적"이라면서도, 자본 유입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시장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과 인플레이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영국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지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노동당 정부의 정책 추진과 경제 상황 변화에 달려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