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미 연방준비제도가 4년 만에 처음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설 정도로 최근 들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유독 한 가지 물가는 이같은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CNN이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름 아닌 ‘계란값’이다.
◇ 8월 기준 계란값, 지난해 동기 대비 28.1% 상승
BLS는 “집계 대상인 모든 식료품 가운데 계란만 유독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대급 인플레가 진정되면서 식료품 전반의 물가도 지난해 동기 대비 1% 이내에서 상승하는데 그쳤으나 계란값만 치솟고 있다는 얘기다.
계란 가격의 고공행진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조류 독감이 꼽혔다.
식료품시장 조사업체 슈퍼마켓구루닷컴의 필 렘퍼트 애널리스트는 “조류 독감이 계란 값 급등을 주도하는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 美 양계농가 달걀 출하량 2.6%나 감소
미국 내 계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22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조류 독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닥친 조류 독감 때문에 사라진 조류가 계란을 생산하는 닭을 중심으로 1억여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퍼트 애널리스트는 “특히 좁은 양계장에서 밀집해 알을 낳는 닭의 경우 조류 독감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같은 양계장에서 조류 독감에 걸린 닭이 한 마리만 나와도 나머지 닭까지 죄다 도태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류 독감이 계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농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집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양계농가들의 달걀 출하량은 지난 7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2.6%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농무부는 “조류 독감의 여파로 산란 양계의 수도 최근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알을 낳는 닭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계란값 폭등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BLS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유통 중인 계란 12개 한판의 가격은 3.2달러(약 4250원)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셈블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사 먹는 계란의 가격은 지난 2019년과 비교해 83%나 급등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BLS는 “1980년부터 계란 가격 추이를 조사해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한판 가격이 3달러를 돌파한 경우는 빼고 계란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