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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계란값 대란으로 美-멕시코 국경 난리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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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계란값 대란으로 美-멕시코 국경 난리 난 이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의 국경도시 엘파소의 입국 심사대에 여행객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계란이 놓여 있다. 사진=CNN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의 국경도시 엘파소의 입국 심사대에 여행객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계란이 놓여 있다. 사진=CNN

조류독감의 확산으로 미국의 계란 가격이 4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폭등한 여파로 멕시코와 접한 미국의 남쪽 국경에서 난리가 났다.

22일(이하 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로부터 몰래 들여오는 계란의 양이 역대급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미국 국경을 통해 날계란을 반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생달걀을 밀수하다 적발될 경우 최고 1만달러(약 1200만원)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지는데도 계란 밀수가 최근들어 성행하고 있다는 것.

◇남부 멕시코 국경 통한 계란 밀수 급증


BBC에 따르면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하는 부담이 있음에도 계란 밀수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가격의 반값에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1등급 대형 계란 한 판(12개들이)의 도매 가격은 4.25달러(약 5300원)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60%에 가까운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최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멕시코 국경을 통한 계란 밀수 적발건수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10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밀수행위가 상업적인 이익을 노린 밀수업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계란 가격 대란의 여파로 일반 여행객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

CBP 대변인실 관계자는 CNN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계란 가격이 치솟은 결과로 멕시코 국경을 통한 계란 밀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계란 밀수는 멕시코와 접한 모든 남부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특히 미국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사이의 국경에서 적발건수가 두드러지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수를 적발하는 부처인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샌디에이고현장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올린 공지문에서 “생달걀의 반입은 조류독감 확산 등의 우려 때문에 금지돼 있고 최대 1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는데도 최근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을 통한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CBS뉴스는 “티후아나에서는 3달러(약 3700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계란 한 판이 국경을 넘으면 8달러(약 9900원)으로 뛸 정도로 국경선을 두고 계란 가격이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美 일부 신선란 생산유통업체들에도 의혹의 눈길

계란 가격이 비정상적인 국면에 빠져들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의 양계 농가에서도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농가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팜액션은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지난 19일 보낸 공개서한에서 미국의 일부 신선란 생산업체들이 담합해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가격을 지나치게 끌어올린 의혹이 있다며 정식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FTC는 미국판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반독점 규제당국이다.

팜액션은 특히 미국내 계란 유통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있는 칼메인푸드가 최근의 계란 가격 폭등과 관련이 있는 불공정한 행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뉴스는 “칼마인의 경우 지난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0%나 늘고 영업이익은 무려 600%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특히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칼메인푸드는 조류독감의 확산으로 신선란 생산이 감소한 결과로 가격이 급등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