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험범죄국(NICB)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1,020,729대의 차량이 도난당해 전년 대비 약 1%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추세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08,668대의 차량이 도난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 속에서 최근 전기자동차(EV)가 도둑들의 표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최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고속도로 안전 보험 연구소(IIHS) 분석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3년 사이 모델 중 도난 신고가 가장 적은 차량 6대 중 4대가 전기차로 나타났다.
특히,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보험에 가입된 10만 대 중 단 1대만이 도난당한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전체 차량의 평균 도난율인 10만 대당 49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전기차의 우수한 보안 시스템과 추적 용이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의 ‘센트리 모드’ 같은 첨단 보안기술, GPS를 이용한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 등이 도난 방지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낮은 도난율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국가보험범죄국(NICB)의 니콜라스 자이틀링거는 “전기차의 기술이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고, 대부분 열쇠 대신 스마트폰과 키 카드로 제어되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IIHS의 조 영은 “전기차가 충전을 위해 주로 차고나 집 근처에 주차돼 도둑들에 매력적이지 않은 표적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닷지 듀랑고 SRT 헬캣, 닷지 차저 SRT 헬캣 등 고성능 가솔린 차량들이 가장 높은 도난율을 기록했다. 이는 도둑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머슬카’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 자동차 시장과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의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도 전기차에 대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보안 시스템 강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동차 기업에도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IIHS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 4도어 4WD 모델은 보험에 가입된 10만 대당 단 5대만이 도난당해, 전체 평균인 49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순수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에서, 전기차의 보안성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 위치를 살펴보면, 2023년 기준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약 7.3%로, 테슬라(18.4%), BYD(16.2%)에 이어 3위였다. 이는 2022년보다 0.5%p 상승한 수치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9.2%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장의 여지가 있다.
전기차 보안기술 측면에서 테슬라의 ‘센트리 모드’는 업계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차량 주변 위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녹화하며, 필요시 차주에게 즉시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BYD도 ‘디링크’ 시스템을 통해 차량 보안을 강화하고 있으며,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하여 차량 접근성을 제어하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커넥티드 카 보안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차량 내 통신망을 외부 해킹에서 보호하는 ‘차세대 방화벽’과 AI 기반의 ‘이상 징후 탐지 시스템’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에 보안 칩을 탑재해 암호화 기능을 강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차량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려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테슬라의 ‘센트리 모드’ 같은 실시간 감시 및 경보 기능은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이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전 차종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의 보안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보안기술 측면을 보강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기차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장점을 넘어 보안성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주시하며 기술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