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구리 가격이 연중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신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술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 관세 불확실성이 겹치며 구리 가격이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이하 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글로벌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35% 이상 상승했고 지난 23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t당 1만2000달러(약 1734만 원)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가격은 추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가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구리는 금이나 은과 달리 투자 심리보다 실물 경제 활동과 더 밀접하게 연동되는 금속으로 평가된다. 전력망 건설과 건설·산업용 기계, 제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수요가 늘면 경제 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구리는 ‘닥터 코퍼’로 불려 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 상승이 강한 산업 수요와 견조한 경기 흐름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의 애오인 딘스모어 애널리스트는 “구리는 인공지능과 국방 분야 확대로 전 세계 전력·송배전 인프라 투자에서 핵심 수혜를 받는 금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공급 제약이 우선 꼽힌다. 칠레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 환경 문제와 생산 차질이 겹치며 글로벌 공급이 빠듯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그레고리 시어러 전략가는 “2026년 광산 공급 증가율 전망치가 약 1.4%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연초 예상보다 약 50만t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세 변수도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 7월 일부 구리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급증했고 이 역시 구리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한 곳에 최대 5만t의 구리가 사용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향후 전망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JP모건 글로벌리서치는 구리 가격이 2026년 2분기에 t당 1만2500달러(약 1806만 원)까지 오르고 연간 평균 가격은 1만2075달러(약 1745만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관세 정책과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에 따라 중장기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구리 가격 급등이 단기적인 투기 흐름보다는 실물 수요와 구조적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신호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런 가격 흐름이 실제 경기 확장으로 이어질지는 정책 방향과 공급 여건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