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영국 의료 인력 부족 해결 위한 비자 제도, 이주 노동자 착취에 악용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1

영국 의료 인력 부족 해결 위한 비자 제도, 이주 노동자 착취에 악용

허술한 비자 제도 악용...‘유령 일자리’에 발목 잡힌 인도 간호사들
비자 후원 회사, 일자리 미끼로 돈만 챙겨...정부 감독 강화 시급

악용되는 영국의 비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악용되는 영국의 비자. 사진=로이터

영국 의료 현장의 심각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비자 제도가 이주 노동자 착취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9월 29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지난해 5월, 키란쿠마르 라토드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이민국 직원에게 2만2000 파운드(약 3700만 원)를 지불하고 건강 관리 보조원으로 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비자를 후원한 회사는 일자리를 주지 않고 해고했다.

라토드는 노동 재판소에 불만을 제기했고, 법원은 후원 회사인 클리니카 프라이빗 헬스케어가 라토드에게 약속된 급여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라토드처럼 '유령 일자리'를 미끼로 비자를 받은 후 착취당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2년 2월, 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 비자 경로를 개설했지만, 이 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 아시아가 분석한 내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에 부양가족을 제외하고 성공적인 케어 워커 비자 신청자는 거의 9만 명에 달한다. 이 중 41%는 남아시아인, 특히 21%는 인도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허술한 감독 시스템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민자 복지 공동위원회(JCWI)의 사이라 자베드 변호사는 "이주 노동자들이 착취적인 고용주를 떠나 다른 곳을 찾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민 제도가 문제"라며 "착취로부터 이들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경 및 이민 독립 수석 감독관(ICIBI)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무부는 비자 수요를 과소평가했고, 이로 인해 "착취 위험에 처한 저숙련 노동자가 대량으로 유입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내무부의 위험 관리 조치가 "완전히 부적절"하다며, 1,600명의 허가된 스폰서당 컴플라이언스 책임자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꼬집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착취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이민 관측소의 벤 브린들 연구원은 "일자리를 잃으면 영국에서 추방될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주 노동자 보호를 위해 비자 제도 개선과 정부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라토드의 승소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의 '유령 일자리' 사례는 외국인 노동자 착취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한국 노동시장에도 경종을 울린다.

외국인 노동자 착취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불법 브로커는 비자 발급 과정에 개입하여 송출비를 챙기거나, 취업 후 임금을 착취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 장벽,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 착취 문제가 심각해지면, 한국으로의 외국인 노동력 유입이 감소하여 국내 저숙련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갈등, 불법 체류자 증가, 범죄 발생 등의 문제를 야기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 착취를 예방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외국인 노동자 송출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불법 브로커 단속, 정보 공유 등 공동 대응 노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