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AI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련 주식을 사들였지만, 최근 미국 정부의 칩 수출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 AMD 등의 첨단 AI 프로세서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 허가 건수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규제, AI 기업 실적에 '직격탄' 우려
전문가들은 수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AMD 역시 최근 AI 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수출 규제는 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암 홀딩스는 엔비디아와 AMD 등에 칩 설계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첨단 프로세서 판매 제한은 암 홀딩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브로드컴과 TSMC 역시 GPU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수출 규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도한 우려"...장기 성장성 확신하는 시각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도 미국 정부의 대중국 칩 규제 발표 때마다 유사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엔비디아는 오히려 5분기 연속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등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은 향후 12개월 동안 생산량이 모두 매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잠재적인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AI 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력함을 시사한다.
AI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가치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있다. 생성형 AI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가 1조 3천억 달러에서 최대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 '촉각' 세우고 상황 예의주시
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도 미국의 수출 규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ASML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