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설립된 세계은행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빈곤 감소에 기여해 왔으나, 관료주의적 경직성과 복잡한 대출 절차로 인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자이 방가 총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안을 제시했다고 최근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개혁의 핵심은 자기자본비율을 19%에서 18%로 낮춰 향후 7~10년간 대출 능력을 1500억 달러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은행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트리플A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개발도상국 지원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은행의 이번 혁신은 글로벌 청년 일자리 위기 대응이 핵심이다. 세계은행 경제분석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 진입할 12억 명의 청년 중 약 8억 명이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은행은 타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과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공동 의장을 맡는 글로벌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재원 조달 방안도 다각화된다. 세계은행은 기존 회원국의 출자금 증액과 함께 하이브리드 자본 도입, 대차대조표 최적화 등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최빈국 지원을 위한 국제개발협회(IDA) 재원 확대를 추진 중이며, 이미 덴마크가 분담금 40% 증액을 약속하는 등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채무국의 대출 접근성 제고를 위한 수수료 체계 개편도 이뤄졌다. 단기 대출에 대한 할인, 7년 만기 대출 도입, 취약 소국에 대한 최저가격 적용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경감하고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별로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가 우선 지원 대상이다. 세계은행은 이들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혁신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대출 심사의 엄격성과 책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기존의 빈곤 퇴치, 기후변화 대응 등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등 새로운 개발금융 체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세계은행의 이번 혁신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현대화와 적응력 강화를 위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개발도상국들의 제도 개선 의지가 조화를 이룰 때, 세계은행의 새로운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