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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붕괴 "백악관 환영" …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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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붕괴 "백악관 환영" … 대체 무슨 일?

바이든, 시리아 반군 승리 선언에 "놀라운 일…면밀히 주시"
백악관/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백악관/사진=로이터

시리아 반군이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점령한데 이어 마침내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장악했다. 그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가자전쟁에 이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중동정세가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정권의 모하메드 알잘리 총리는 '폭군'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떠났다고 말하고, 국민이 선택한 모든 지도부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났다고 선언해다. 군 지휘부가 정부군 병사들에게 더는 복무할 필요가 없음을 통보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13년 만에 반군에 무너지게 됐다.

HTS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텔레그램 성명에서 "다마스쿠스 시내 공공기관들은 공식적으로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전 총리의 감독 아래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HTS는 무서운 속도로 진격을 거듭해 알레포, 하마, 홈스 등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다마스쿠스까지 진입했다.다마스쿠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반 알아사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실무진이 시리아에서의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현지 협력국들과 계속해서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을 포함한 8개국 외무장관들은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도하 서밋'을 계기로 유엔의 시리아 특사와 함께 시리아 정세를 논의했으며, 앞으로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엔 시리아 특사는 시리아의 '질서있는 정치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을 모색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일가의 대를 이은 철권 통치를 종식하고 시리아 내전에 종지부를 찍을 전기를 마련한 반군의 주축 세력은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이끄는 무장 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다. 북서부 이들리브주를 주요 근거지로 삼고 있던 HTS는 지난 달 27일 근거지인 북서부에서부터 친튀르키예 무장세력과 합세해 대대적인 기습 공세를 시작한 뒤 시리아 제2의 도시인 알레포를 깜짝 장악한 데 이어 남쪽으로 빠르게 진격하며 불과 열흘여 만에 수도에서 정부군을 몰아내고 승리를 선언했다.

파죽지세로 전개된 이번 역습을 주도한 HTS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저항하는 반군 세력 가운데 가장 군사력과 영향력이 센 단체다. 2011년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하는 HTS는 창설 초기에는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저항보다는 과격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이념을 설파하는 데 초점을 둔 단체였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그 혼란을 틈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단체들이 시리아 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알누스라 전선의 창설을 주도했다. 단체 지도자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2016년 알카에다와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고 이름을 지금의 HTS로 바꾸면서 변신을 꾀했다.

알졸라니는 이슬람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온건적인 이념 노선과 아사드 정권에 저항해 시리아를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다른 반군 분파를 규합했으며 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았다. HTS는 반군 장악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IS와 친(親)알카에다 세력을 몰아내고 지역 행정을 도맡으며 사실상 정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HTS는 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반군 세력을 돕고 있는 튀르키예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시리아 내전이 휴전에 들어간 뒤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이들리브주에서 주로 활동해오던 HTS는 각각 가자전쟁와 우크라이나전으로 이란과 러시아의 알아사드 정권 지원이 약화된 틈을 타 지난 달 하순 알레포를 기습 장악하고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진격을 개시했다.

HTS는 IS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근본주의적 이슬람교리를 따르는 통치는 아니며 기독교 등 다른 종교 집단에도 포용적인 통치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HTS는 여성이 히잡 등으로 얼굴을 가릴 것을 요구하지 않고,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 등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국은 HTS의 목표가 시리아의 민주화가 아닌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이라고 보고, HTS 지도부 역시 여전히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며 HTS를 테러 조직 명단에 올린 상태다. 알졸라니는 최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들에 '테러 단체' 꼬리표를 계속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자신들의 목적은 아사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제도에 기반한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나면 "HTS는 언제든 해체될 수 있다"며 "HTS는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이 정권에 저항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