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3600배 향상, 탄소 배출 제로 가능...글로벌 철강 산업 판도 변화 예고
중국이 10년간의 연구 끝에 제철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플래시 제철' 기술로 명명된 이 혁신은 기존 5~6시간이 걸리던 제철 공정을 단 3~6초로 단축했다.
중국공학아카데미의 장원하이 교수 연구팀은 8일(현지시각) 학술지 'Nonferrous Metal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기술의 핵심을 공개했다. 미세 분쇄된 철광석 분말을 초고온 용광로에 주입해 '폭발적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고순도 철 방울들은 용광로 바닥에 모여 주조나 '원스텝 제강'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생산성이 3600배 이상 향상된 획기적인 진전이다.
새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저품위 광석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호주, 브라질,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입하는 고품위 광석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에너지 효율성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중국 철강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석탄 사용을 완전히 제거할 경우 '탄소 배출 제로'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기술적 핵심은 '볼텍스 랜스' 개발이다. 시간당 450톤의 철광석 입자를 균일하게 분사할 수 있는 이 장치는 이미 상용화됐다. 랜스 3개가 장착된 원자로는 연간 711만 톤의 철 생산이 가능하다.
장원하이 교수팀은 2013년 이 기술의 특허를 획득했으며,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개선을 거쳤다. 실험실 및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공정의 타당성도 입증됐다.
현재 중국의 철강 생산 능력은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는 고속철도, 조선, 자동차 제조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철강 생산의 선두 주자였다. 11세기 송나라 시대의 연간 철 생산량은 15만 톤으로, 이는 18세기 산업혁명 이전 유럽 전체의 생산량을 앞지른 수준이었다.
이번 기술 혁신으로 중국은 글로벌 철강 산업에서 더욱 확고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제철기술 확보는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혁신적인 제철기술 개발이 한국 철강 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철강업계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혁신으로 글로벌 철강 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특히 생산성과 환경 측면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