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수입국 확보로 특정 국가 의존도 낮춰 공급 안정성 확보
재생에너지 확대 불구 지역 간 불균형 해소 과제 남아
재생에너지 확대 불구 지역 간 불균형 해소 과제 남아

베이징대학 에너지 연구소 학장이자 중국 최고 입법부 대표인 진 지쥔(Jin Zhijun) 교수는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부터 에너지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에너지 안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에너지 수입원을 다양화하여 "특정 국가나 경로에 의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공급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해 5억5300만 톤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국내 생산량인 2억1280만 톤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요 수입국으로, 이들로부터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도 1831억 입방미터를 해외에서 구매했는데, 이는 국내 생산량인 2464억 입방미터에 비해 적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카타르, 호주, 러시아가 주요 천연가스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진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이 중국 에너지 시스템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화석 연료 생산 확대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대량 수입국인 중국에는 오히려 이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은 양국 간 에너지 교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도입한 새로운 관세에 대응해 지난달 미국산 석탄, 원유, 경질천연가스 등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한편,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맞춰 재생에너지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은 2024년 기준 2020년 대비 56.5% 급증했으며,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에서 35%로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화력발전에 이어 각각 중국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큰 전력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환경에도 불구하고, 진 교수는 중국 내 에너지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라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에너지 집약적 시설과 기업들을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부 및 서부 지역으로 이전함으로써 송전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전략은 지역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녹색 에너지를 현지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장거리 송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녹색 에너지의 급속한 성장은 전력망 시스템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왔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고압 송전선로의 효율성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생산된 모든 전기를 완전히 전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진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이 자연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전력 생산의 안정화를 위해 에너지 저장 기술, 특히 대규모 저장 시스템의 개발 가속화가 필수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에너지 저장 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이 분야의 선도 기업 그룹을 육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수입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공급 확보에,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관련 인프라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이중 전략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중국이 직면한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균형적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