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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영향권 카리브해·라틴아메리카에 100억 달러 이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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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영향권 카리브해·라틴아메리카에 100억 달러 이상 투자

인접한 플로리다에 큰 위협,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우려 커져
중국, 20여개국과 일대일로 협력...미국 선거 개입 가능성 전문가들 경고
2024년 10월 24일 페루 찬카이에서 중국 국영 코스코 해운이 건설 중인 새로운 메가포트에서 노동자들이 페루와 일부 브라질 상품의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단축하겠다고 약속하고 크레인 옆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0월 24일 페루 찬카이에서 중국 국영 코스코 해운이 건설 중인 새로운 메가포트에서 노동자들이 페루와 일부 브라질 상품의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단축하겠다고 약속하고 크레인 옆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전통적인 미국의 영향권으로 여겨졌던 카리브해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인접한 플로리다에 미칠 정치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각)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자메이카, 가이아나, 트리니다드 토바고, 앤티가 바부다, 쿠바, 바하마 등 카리브해 6개국에 100억 달러(1465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투자는 관광, 운송, 농업,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다.

뉴욕 아델피 대학의 예술과학대학 학장인 빈센트 왕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외교 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졌던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공산주의 국가의 힘과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왕 교수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플로리다 주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지역과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한 중요성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선거 정치에 관여하는 데 관심이 있다. 오늘날 중국이 가하는 위협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소련이 가한 위협보다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약 20년 동안 인프라 프로젝트와 외교 협정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유대를 강화해왔다. 현재 20개 이상의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가 중국의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중국과 중남미 국가 간의 협력은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고, 지역 국가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지역 활성화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우리는 미국 선거를 포함해 어떤 나라의 내정에도 간섭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 플로리다에 '3배의 위협'

전문가들은 라틴계와 카리브해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 휘티어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데보라 노든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은 이미 쇠퇴하고 있던 라틴아메리카의 헤게모니를 중국에 급속히 내주고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노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주요 수입 관세 계획이 이들 국가와 중국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관세의 위협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더 열성적인 파트너들과 경제적 통합을 확대하도록 부추기는 동시에, 미국의 대외 원조가 축소됨에 따라 이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충성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선거가 돈과 외부 선전에 취약하다는 점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플로리다나 다른 곳에서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여겨졌는데,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불과 몇 백 표 차이로 경쟁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2024년 선거에서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13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드산티스가 2022년 주지사로 19포인트 차이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점점 더 강력한 공화당 강세 주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호주 외무부 장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리 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활동이 카리브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3"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리 선임 연구원은 "첫째, 중국에 대한 경제적, 금융적, 기술적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은 지정학적 결정과 작은 나라들의 국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중국은 자국에 유리하게 상업과 무역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들이 사용하는 규칙과 기준을 재정의하고 변경하려고 한다. 셋째, 중국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중요한 군사 및 경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외국의 항구 개발을 이용해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플로리다도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론 드산티스 주지사는 2022년 정부 기관이 스파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 기술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금지하는 법률에 서명했다.

또한, 20239월에는 플로리다 교육부(FDOE)에 중국 공산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4개 학교에 대한 학교 선택 장학금 제공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20235월에는 플로리다에서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세 가지 법안에 서명했는데, 이 중 하나인 상원 법안 264는 미국 영주권이 없는 중국 국적자가 주에서 부동산이나 토지를 구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20242월 제11 미국 순회 항소 법원은 이 법이 수정헌법 제14조를 "노골적으로 위반한다"며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드산티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드산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에서 중국 공산당의 간섭을 근절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드산티스 주지사의 리더십 아래 플로리다는 경제적, 전략적, 안보적 위협인 중국 공산당에 맞서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자세를 취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인프라 프로젝트 외에도 중국은 여러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특히 베네수엘라와의 군사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작가이자 미중 관계 전문가인 고든 G. 창은 지난 2월 폭스 뉴스에 "중국이 미국 본토와 매우 가까운 지역에서 영향력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강대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플로리다가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