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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군용 드론, '중국 의존' 벗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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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군용 드론, '중국 의존' 벗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

태평양 전력 강화 나섰지만...핵심 부품 90% 중국산 의존
전면 금지 시 산업 붕괴' 반발 속, 최대 제조사 DJI 영향력 여전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함께 전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드론업체 DJI.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함께 전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드론업체 DJI. 사진=로이터
미국 국방부가 장래 전쟁에 대비해 태평양 지역에 수천 대의 드론 배치를 추진하지만, 중국산 부품 의존이라는 불편한 현실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포브스가 지난 22(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미국 드론 제조사들은 공급망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조사 회사 드론 인더스트리 인사이츠 UG(Drone Industry Insights UG)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기체, 배터리, 무선 장비,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핵심 하드웨어 대부분을 중국이 제조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드론 제조사들은 제조 인프라 구축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진다.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공급망 보안을 담당했던 조시 스타인먼은 "우리는 이 부품들의 제조와 공급을 거의 완전히 적대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대국' 중국 의존, 깊어지는 우려


중국 의존 실태는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앞서 밴스 미 부통령이 해병대 기지 드론 훈련에 참가했을 때, 그가 중국산 드론용 고글을 착용한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훈련 담당 소령은 포브스에 "이 고글은 실전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 시찰을 위해서만 제공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백악관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산 하드웨어 의존은 군 관계자들의 깊은 우려를 낳는다. 스카이디오 등 미국 드론 제조사들은 중국의 제재로 부품 공급이 끊기자 공급망 재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의 트렌트 에메네커 군용 드론 승인 담당자는 포브스에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드론 산업을 1년 동안 중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산 드론과 관련 부품 수입 전면 금지 움직임에 대해 중국 제조사는 물론 미국 투자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두릴, 스카이디오, 실드AI 등 방위산업 유니콘에 투자한 대형 벤처 캐피탈(VC) 안드레센 호로비츠(a16z)는 미 상무부에 중국산 드론 부품 수입 제한을 점진적으로 적용하고 중국 조달을 계속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이 라마스와미 a16z 법률 고문은 지난달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즉시 전면 중단하면 미국 드론 산업은 파멸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오히려 그러한 '파멸적인 상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인먼 전 NSC 관계자는 "어쨌든 어떤 시점에서는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 공급망 자립 노력,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중국의 드론 기술 발전에 위기감을 느낀 미 국방부는 2023년 국산 드론 조달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레플리케이터' 구상을 발표했다. 대량 생산된 저가 드론을 신속히 배치해 중국 무기에 대항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8월까지 첫 납품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의 전망은 불투명하며, 많은 드론 기업들도 의문을 표했다.

국방부는 미군 납품 드론에 중국산 금지 부품이 없는지 검증하고자 약 6명의 직원을 배치해 테스트하고 기준 충족 업체를 '블루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300건 이상 신청 중 승인된 곳은 단 23개사에 그쳐, 이 시스템이 기업 활동에 제약을 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샌안토니오에 본사를 둔 다크하이브(Darkhive)는 수개월 심사 끝에 지난 2월 승인을 거부당했다. 이 회사 존 굿슨 CEO"'내년에 다시 신청하라'는 말 외에는 다른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중국산 부품 금지 조치는 드론 기체나 배터리 등 부품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꼽힌다. 지난해 10, 중국은 미국 드론 제조사 스카이디오를 제재 대상에 올려 배터리 공급을 차단했다. 스카이디오는 a16z, 액셀 등 투자자로부터 85000만 달러(12064억 원) 이상을 유치한 미국 최대 소형 드론 제조사지만, 이 사건으로 배터리 공급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카이디오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급망을 무기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제재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스카이디오는 아직 새로운 공급사를 발표하지 못했다.

◇ 美 산업 기반 걸림돌, 최대 제조사 DJI


한편, 군 관계자, 안보 전문가, 드론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중국산 부품 의존 공급망을 끊으려면 중국 제조사 DJI를 미국 시장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전에 본사를 둔 DJI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함께 미국 VC 액셀 파트너스, 클라이너 퍼킨스, 그리고 과거 중국에 기반을 뒀던 세쿼이아 캐피털 등의 지원으로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가 됐다. 그 결과 DJI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보급률이 높은 드론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경찰과 농가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군용 드론 도입 촉진 단체인 전미 드론 협회의 네이선 에셀버거 회장은 "DJI가 완전히 금지되지 않는 한 미국산 드론의 산업 기반은 확립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DJI는 미국 내 금지 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

DJI는 상무부가 제안한 중국산 드론 및 부품 수입 금지 규칙에 대해 "우리의 많은 미국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항의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국방부를 상대로 자사가 "국가 안보 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자사 제품 수입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벌여온 사실이 공개 자료로 드러났다.

DJI는 포브스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표적이 되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에는 당초 DJI 등 중국 기업 신형 드론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하지만 이 조항은 DJI의 미국 시장 내 광범위한 사용과 금지 조치가 농업, 구조 활동, 영화 제작 등 다방면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최종 법안에서 삭제됐다.

DJI는 지난해 1219일 성명을 통해 금지 조치 회피 노력을 지지해준 관계자들, 특히 미국 고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회사는 "고객 여러분의 지지가 큰 변화를 만들었다. 의회 당국자들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