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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유전자, 혈압 조절 능력 일반인보다 4배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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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유전자, 혈압 조절 능력 일반인보다 4배 뛰어나

저체온 견디는 힘·혈압 관련 유전자 특성 확인... 임신 중 잠수 가능케 하는 생존 기제 밝혀져
바다에서 나오는 고령의 해녀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바다에서 나오는 고령의 해녀 모습. 사진=로이터
제주 해녀들이 저체온과 고혈압 위험에 대응하는 특별한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팀은 제주 해녀들과 제주도민들에게서 발견된 특이 유전자가 뇌졸중 등 고혈압 관련 질병 치료 연구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현지시각) 코스모스 매거진에 따르면, 미국 유타대학교 멜리사 일라르도 생물의학 정보학 조교수 연구팀이 제주 해녀 30명의 유전자를 제주 비해녀 30, 한국 본토 출신 31명의 유전자와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제주도민들이 한국 본토 출신자들과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제주도민들은 본토인들보다 다이빙 중 이완기 혈압을 낮추는 것과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가질 확률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르도 교수는 "제주도가 한반도에서 약 80km 떨어져 상대적으로 고립됐기 때문에 제주 출신 사람들은 '다이빙하는 해녀''다이빙하지 않는 해녀'로 구분할 수 있지만, 그들의 유전 구조는 같다"고 설명했다.
◇ 극한 환경 적응을 위한 유전적 진화

해녀들은 수심 10m까지 호흡 장비 없이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며, 날마다 4~5시간을 차가운 바닷물에서 보낸다. 한 번의 잠수는 약 30초 정도 이어지지만, 이들은 10살쯤부터 훈련을 시작해 임신 기간을 포함한 평생 동안 이 일을 계속한다.

일라르도 교수는 "80살이 넘은 여성들이 배가 움직이기도 전에 다이빙하는 것을 보았다"며 해녀들의 놀라운 신체 능력을 강조했다.

그동안 연구에서 제주도민들은 찬물 견디기와 관련된 유전자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해녀들이 체온 떨어짐에 덜 취약하게 만든다. 이번 연구에서는 혈압 조절에 관한 유전적 특성이 더 밝혀졌다.

일라르도 교수는 "이러한 유전적 연관성은 여성 다이버들이 임신 기간에 다이빙하면서 겪는 이완기 고혈압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자연 선택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녀들의 유전적 특성이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고혈압 질환인 자간전증과 같은 위험한 혈압 질환에 대한 일종의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덕분에 해녀들은 임신 중에도 다이빙을 계속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뇌졸중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이러한 유전자 특성이 뇌졸중 예방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일라르도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생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밝힐 수 있다면 임신과 뇌졸중의 고혈압 질병 같은 여러 상태를 치료하는 방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에 실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